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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원 런천미트 세균 미스터리… “시험 중 유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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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원 런천미트 세균 미스터리… “시험 중 유입 가능성”

입력
2018.10.31 19:04
수정
2018.11.01 15:5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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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은 제조 과정 중 유입 어려워

“밀봉 2년 지났다면 부풀어 올랐어야”

식약처가 충남 동물위생시험소 검사 결과 세균이 검출됐다고 밝힌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 해당 제품 모습.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약처가 충남 동물위생시험소 검사 결과 세균이 검출됐다고 밝힌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 해당 제품 모습.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최근 세균 검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중단 조치를 받은 대상 청정원의 통조림 햄 ‘런천미트’에서 발견된 세균이 비병원성 대장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이 제조 과정이 아닌 유통이나 시험 과정 중 대장균에 오염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고온 멸균 과정을 거치는 통조림에서 열에 약한 대장균이 검출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류영진 식약처장은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런천미트와 관련한 장정숙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조사 결과 살모넬라라든지 병원성 출혈성 식중독균은 아니고, 일반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많이 나왔다”고 답했다.

앞서 식약처는 충남도청의 요청에 따라 지난 23일 대상 천안공장에서 2016년 5월 17일 제조된 런천미트 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면서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하게 하고 회수 조치했다. 충남도청은 9월 말 불량식품 신고센터를 통해 “햄이 노랗게 변하고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신고가 접수되자 해당 제품을 수거해 ‘세균 발육 시험’을 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며 유통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식약처는 당시 검출된 세균이 어떤 종류인지 밝히지 않다가 뒤늦게 국감에서 의원이 질의하자 공개했다.

병ㆍ통조림은 멸균 제품으로 어떤 종류의 세균이라도 검출되면 회수 조치가 내려진다. 식약처 조치 다음 날인 24일 대상은 사과문과 함께 런천미트뿐 아니라 자사에서 생산한 모든 통조림 햄의 회수와 환불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모든 통조림 햄의 생산도 중단하고 세균 오염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식약처장이 세균 검출 발표 일주일이 지나서야 대장균이 발견됐다고 밝히자, 업계와 식품공학 전문가들 사이에선 식약처가 제조과정이 아닌 유통과정 또는 시험과정에서 제품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뒤늦게 파악한 후 책임 회피를 위해 발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떤 경로로 대장균이 들어갔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확인된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통조림 제품은 제품을 캔에 넣고 공기를 빼서 밀봉한 다음 고온으로 멸균한 뒤 출고된다. 대상 관계자는 “고체 제품의 경우 내부 중심 온도가 116도일 경우 식약처 기준으론 10분 이상 가열하면 된다”며 “우리는 중심부 온도 116도로 40분 이상 열처리를 하고 있어서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상 측은 제품 출고 전 모든 제품에 대해 밀봉 검사를 하고 샘플을 뽑아 세균 검사도 거친다고 덧붙였다.

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는 “유통 과정에서 외부 충격으로 틈이 생겨 세균이 들어갔을 수도 있고, 완전 무균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충남 동물위생시험소 시험 과정에서 실수로 대장균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대장균에 오염된 채 밀봉돼 2년여가 지났다면 캔이 부풀어 오를 텐데 같은 날 제조된 다른 제품들이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유통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박기환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밀봉 이후 유통과정에서 대장균이 유입돼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험 과정에서 대장균이 유입됐다면, 대상은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가 된다. 판매ㆍ유통 중단과 환불에 브랜드 이미지 훼손까지 피해액을 쉽게 산정하기 힘들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해도 이를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쌓아온 소비자 신뢰가 단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식약처가 회수 조치 결정을 할 때는 보다 투명하게 검사 과정과 결과를 함께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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