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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어 주식까지… 비틀대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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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어 주식까지… 비틀대는 2030

입력
2018.10.30 17:06
수정
2018.10.30 18: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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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38)씨는 그날 하루아침에 삶이 뒤흔들렸다. 당장 경기 성남시 전셋집 자금을 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갚고 부모가 사는 본가로 옮길 예정이다. 미래를 약속한 여자친구와는 결혼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 정도로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날은 바로 코스피지수가 11년 만에 2,000선 아래로 무너져 내린 29일이다. 이날까지 성실히 회사를 다니며 차곡차곡 모아 여러 주식에 투자한 2억원의 70%인 1억4,000만원이 사라졌다. “엄청난 대박을 노린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결혼자금으로도 쓰려고 했죠. 이마저도 허락이 안 된다니 한강에 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주식시장이 6일 연속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하자 2030직장인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재테크의 마지막 보루라 여겼던 주식마저 고꾸라지자 “더 이상 부모세대처럼 재산을 늘릴 수단이 없다”는 절망에 빠진 분위기다.

직장생활 5~10년 경력에 직접투자를 택한 30대 중반 이상의 사정은 비슷하다. 7년 차 은행원 정모(36)씨는 1억원 가까이 주식 투자했다가 잔고에 5,000만원만 남았다. 정씨는 “돈이 남아 돌아서 투자한 게 아니다, 집 하나 사보겠다고 시작한 주식이 50%나 손해날 줄은 몰랐다”고 속상해했다. 정씨는 “말이 5,000만원이지 다시 모으려면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아득하다. 출산계획도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주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주식연계증권(ELS)과 펀드에 돈을 넣어둔 20대 중후반 사회초년생 사이에서도 “10~20% 손해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소 주식에는 관심도 없다가 지인 추천으로 ELS 상품에 2,000만원을 넣은 3년 차 직장인 한모(27)씨는 “IMF사태(외환위기)가 다시 벌어져도 손해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는데, 최근 200만원 넘는 돈이 사라졌다”라며 “어릴 때부터 조금씩 모은 돈을 잃으니 너무 허탈하다”고 한탄했다.

2030직장인들의 하소연은 돈을 잃은 분노와 미래가 없다는 절망이 뒤섞여 있다. 여기에 각종 재테크 열풍에서 소외된 경험이 좌절감을 부추긴다. 올해 초 가상화폐 광풍이 불 때는 신기술에 해박한 젊은 세대의 정보력과 재간을 이길 수 없었다. 뒤늦게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시장은 식어가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도 부동산 투자는 탄탄한 자본금 없이는 아예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이미 ‘강남 불패 시대’에 부동산으로 돈을 번 5060세대들이 진을 치고 있어 틈바구니조차 없다는 것이다.

불만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가 폭락으로 서민들 죽어난다’ 같이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세력이던 젊은 층 사이에서 “괜히 뽑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 직원 구모(35)씨는 “주가 폭락 이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패닉(공황상태)은 아니다’는 말을 하면서도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ㆍ위기상황 대비 비상계획)’을 언급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말 위기인지 아닌지 정확히 진단할 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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