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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세습 의혹 곤혹스런 여당 “대통령 담화로 대응했어야 하나…”

입력
2018.10.27 10:00
수정
2018.10.27 19: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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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공공기관 고용세습ㆍ유치원 비리’ 국감

사립유치원 비리ㆍ서울교통공사 관련 고용세습 의혹 진행상황 일지.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ㆍ서울교통공사 관련 고용세습 의혹 진행상황 일지.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번 국회 국정감사 기간 공공기관 고용세습 문제와 사립유치원 비리가 최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공공기관 정규직화가 내부 직원들의 친인척 고용 잔치판이 된 데 여론이 들끓고, 사립유치원 회계비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수적으로 절대 부족한 국공립유치원은 엄청난 경쟁률로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번 사태로 유치원들이 집단휴원이라도 하겠다고 위협하면 맞벌이 부부로선 눈앞이 캄캄해질 만큼 선택권이 없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문제야말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를 도둑질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당은 사립유치원 문제를, 야당은 고용세습 의혹규명에 서로 당력을 집중하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두 사안 모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와 청년 문제인데도 정쟁으로 소진하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이슈에 관한 국회 움직임을 놓고 본보 정치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박용진(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인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진(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인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민주당은 야당의 채용비리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신감의 배경은 뭔가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초반 강력하게 대응한 데는 한국당의 의혹 제기가 물증이 없는 정치 공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될 기미가 보이자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언제 어떤 사건이 터져 나올지 예측할 수 없고 지금처럼 수세적으로 대응할 경우 대중에게 정권 차원의 비리 문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주체가 돼 각 기관별 채용 비리를 대대적으로 조사했고 기관마다 그 결과를 갖고 있다고 하니 어떤 건이 터저 나올지 모를 일이죠. 당내에선 이 문제를 대통령 담화나 당 대표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사이다 말고 탄산수(탄산수)=당 지도부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 자체 사실 확인을 실시했지만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채용비리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반드시 뿌리뽑아야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끌어내리려는 정략적인 움직임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거죠.

불나방=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한 국정조사 요구에 정의당까지 가세했습니다. 범여권 공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가요.

탐구생활=민주당으로선 정의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뼈아플 수밖에 없죠. 우리 사회에서 휘발성이 너무나 큰 취업 비리 이슈를 단순히 보수야당의 정체공세로 치부해버리기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죠.

이정미(오른쪽)정의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소하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정미(오른쪽)정의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소하 원내대표. 연합뉴스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사안별로 이합집산하는 건 다당제 구도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일찌감치 고용세습 문제에 한국당과 공동 전선을 형성한 바른미래당도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한국당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니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정의당의 가세는 여당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노조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한 자신들을 향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어성격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범여권 공조 균열이라기보다는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맞불 성격이죠.

불나방=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이 삼성보다 무서운 벌집이라고 했는데요. 다른 정치인들은 뭐라고들 하나요.

탐구생활=정치권에선 초선 의원이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할 수 있었다는 반응입니다. 박용진 의원은 꾸준히 삼성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사립유치원 국면에서 더 큰 주목을 받으며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죠. 인지도와 선수가 높은 정치인들은 이해관계가 얽힌 이익단체와 각을 세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잃을 게 더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2020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활약상과 인지도가 필요한 초선 의원과 이슈의 특수성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죠.

탄산수=작은 표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는 지역구 의원들은 곤혹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유치원 단체 입김이 세긴 세다는 게 중론이죠. 몇몇은 “어차피 공은 다 박용진이 가져가고 우리는 지역에서 욕만 먹는다”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박용진 의원 역시 인터뷰에서 “아마 동료 의원들이 지역에서 ‘박용진 걔가 원래 그렇다’며 수습하기 바쁠 것”이라고 미안해했죠.

불나방=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문제가 언론을 통해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는데 배경이 뭔가요.

찍고=한국당은 지금의 언론 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어요. 언론이 정부 여당의 눈치를 살피면서 야당 주장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 피해의식에서 나온 문제제기로 보입니다.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특히 지상파 방송이 문재인 정권에 우호적인 보도 위주로 다룬다고 성토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일부 지상파 방송의 편파보도 건수를 통계 내 자료까지 내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패배감’이 묻어납니다. 그렇다고 한국당 스피커가 없느냐? 전혀 아니죠. 특정 보수지에 한국당 발 국정감사 단독 자료를 노골적으로 몰아주면서 거꾸로 방송에서 왜 안 다루냐고 한국당 지도부가 불만을 표한다는 기자들의 뒷얘기도 있습니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한국당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문제와 민주당이 제기한 유치원 비리 중 특히 방송 등을 통해 유치원 비리 문제가 많이 부각됐음을 두고 하는 얘긴데요. 보수정권에서도 이런 식의 언론 프레임은 있었던 일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전 차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전 차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류효진 기자

불나방=이번 문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행보에 차질이 생길까요.

찍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 가운데는 분명 박원순 시장에게 흠집을 내려는 것도 있을 겁니다. 이 외에도 한국당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친여권 성향의 협동조합들이 서울시 태양광 사업의 절반을 싹쓸이했다는 등 다른 문제들도 제기했어요.

구공탄=한국당이 어디까지 공세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변수인데요. 당장 평양공동선언 군사부문 이행 비준 문제로 이슈가 옮겨 가면서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소득주도성장 문제도 그렇고 한국당이 정국 반전의 기회는 잡는데 적절한 전략으로 이 분위기를 살려 오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불나방=고용세습 의혹건은 유민봉 의원이 터뜨렸는데 공을 인정받나요.

구공탄==한국당 내부에서는 정작 이 문제를 제기한 유 의원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나 있고 김용태 사무총장이 그립을 잡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유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들려요. 또 한국당이 이 문제를 취업준비생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쪽으로 집중해야 하는데 노조 때려잡기만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생각만큼 동력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7일 국회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전·현직 자녀의 직원을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무기계약직으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7일 국회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전·현직 자녀의 직원을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무기계약직으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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