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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장사 노부부, 400억대 재산 대학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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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장사 노부부, 400억대 재산 대학에 기부

입력
2018.10.25 17:00
수정
2018.10.25 19: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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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석 할아버지ㆍ양영애 할머니 

 

왼쪽부터 김재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영석 할아버지와 양영애 할머니 부부, 염재호 고려대 총장. 고려대 제공
왼쪽부터 김재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영석 할아버지와 양영애 할머니 부부, 염재호 고려대 총장. 고려대 제공

“나 같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한 노(老)부부가 평생 과일장사를 하며 어렵게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했다. 김영석(91) 할아버지와 양영애(83) 할머니 부부다.

고려대는 김 할아버지와 양 할머니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소재 토지와 건물 4채를 학생교육과 학교 발전에 써달라며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이른 시일 내에 시가 200억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958년 결혼한 김 할아버지 부부는 60년대 초반부터 서울 종로5가에서 리어카를 끌고 과일장사를 시작했다. 실향민으로 한국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이기도 한 김 할아버지가 가진 건 리어카뿐이었지만 부지런히 일했다. 매일 자정에 시장에 먼저 가 누구보다 먼저 품질 좋은 과일을 구입해왔고, 장사가 끝난 뒤에는 밤 늦게까지 남의 식당에서 일을 하며 끼니를 해결했다.

부부의 절약정신은 유별났다. 60년대에도 청량리와 서대문을 연결하는 전차가 다녔지만,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다고 한다. 100원이라도 손 안에 들어오면 그대로 은행에 입금하고, 20~30년 된 옷을 입기도 했다.

1976년 과일장사로 모은 돈에 은행 대출을 얹어 처음으로 청량리 상가건물을 매입한 노부부는 차근차근 주변 건물들을 구입하며 재산을 축적했다. 두 아들은 오래 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자리 잡고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는 노부부. 양 할머니는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데 소중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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