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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박종철 사건, 검찰이 윗선 압력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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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박종철 사건, 검찰이 윗선 압력에 굴복”

입력
2018.10.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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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장관이 29일 오전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 빈소를 찾아 박씨 딸 은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전혜원 기자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29일 오전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 빈소를 찾아 박씨 딸 은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전혜원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5공화국 대표적 인권탄압 사건인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도 ‘윗선’ 압력에 굴복해 졸속ㆍ늑장ㆍ부실수사했다고 결론 내렸다.

11일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 조작할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지난 1987년 1월1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 소속 경찰관 5명이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서울대 학생 박종철군을 물고문하는 방식으로 질식사하게 한 사건을 말한다.

진상조사단은 사건 발생 다음 날 국가안전기획부장, 법무부장관, 내무부장관, 치안본부장,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열렸고,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중단된 뒤 치안본부가 수사를 담당하게 된 것으로 파악했다.

조사단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그해 5월18일 은폐 의혹을 폭로하기 전까지 검찰이 추가 공범 존재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렇게 장기간 수사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통해 전달된 청와대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조사단 결론이다.

정구영 당시 서울지검장은 최근 조사단 면담에서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를) 너무 재촉하듯 하지 말고 참아가며 하라고 만류했다”며 “(정당한 지시라면)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이 나한테 부탁하듯 말할 이유가 없으니까 대강 이게 청와대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조사단의 최종보고를 받은 과거사위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포함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 사례와 모범적 수사 사례를 현직 검사와 수사관 교육 과정에 반영하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고 검사 개개인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정립할 수 있는 제도 및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과거사위는 5공화국 시절 이뤄진 고 김근태 전 의원에 대한 ‘고문은폐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중대 과오가 인정된다고 보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을 권고했다. 김 전 의원은 서울대 민주화운동위원회 배후 조종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1985년 9월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3일간 강제감금ㆍ고문을 당했고, 나중에 검찰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하고 수사를 요구했으나 묵살됐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고문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안기부와 공모해 이를 은폐했고, 오히려 고문 경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리하는 등 사건 은폐에 적극적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정보기관이 안보사범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통보 받거나 사건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안보수사조정권’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을 지적하며 “냉전이데올로기 시절 권위주의 정부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폐지를 권고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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