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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명가' 블룸하우스 대표 "내겐 트럼프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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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명가' 블룸하우스 대표 "내겐 트럼프가 공포"

입력
2018.10.07 19:14
수정
2018.10.0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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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명문 공포영화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대표 제이슨 블룸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할리우드의 명문 공포영화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대표 제이슨 블룸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영화에서 예산이 높을수록 예술성은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흥행했던 영화들과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블룸하우스는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영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가 저예산을 고집하는 이유죠.”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2009) 시리즈와 ‘겟 아웃’(2017)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공포영화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창립자인 제이슨 블룸(49) 대표가 설명한 ‘블룸하우스만의 영화 철학’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한 블룸 대표는 7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예산 공포영화는 상업적 흥행과 비평적 완성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장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룸하우스는 적은 예산을 쓰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제작사로 정평이 나 있다. 고작 1만5,000달러를 들여 무려 1억9,300만달러를 벌어들인 ‘파라노말 액티비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인시디어스’(2011)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2017) 등 내놓는 작품마다 제작비 대비 25~60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며 명성을 쌓았다.

저예산이라지만 작품성도 놓치지 않는다. 미국 사회의 인종 편견을 ‘신체 이식’이라는 기이하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겟 아웃’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각본상을 받았고, 음악영화 ‘위플래쉬’(2015)로는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블랙클랜스맨’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선 신작 공포영화 ‘할로윈’을 선보인다. 슬래셔 무비의 전설로 불리는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1978)을 잇는 동명 속편으로, 전편에서 40년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와 닉 캐슬이 전편과 같은 역할로 출연한다. 블룸 대표에게 블룸하우스만의 제작 노하우를 들었다.

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블룸하우스는 왜 공포영화에 주력하나.

“블룸하우스가 만드는 작품 중 절반은 드라마, 절반은 장편영화다. 한국에선 어떤지 몰라도, 미국에서 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슈퍼히어로영화와 저예산 공포영화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 그리고 젊은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공포영화를 만들고 있다.

-40년 만에 ‘할로윈’ 속편을 제작한 이유는.

“블룸하우스의 다음 목표는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 판권을 확보해 우리만의 제작 노하우와 전략으로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할로윈’ 1편 이후 속편이 9편이나 나왔는데 그중엔 아쉬운 작품도 없지 않다. 우리는 우리만의 독특한 시선과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테스트의 의미도 있다.”

-여러 고전 영화 중에 ‘할로윈’을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3대 걸쳐 강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이 또 3대에 걸쳐 남성인 악당과 맞선다.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되는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후유증을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상 메시지를 담는데.

“할리우드에선 영화의 아이디어나 컨셉트를 먼저 잡고 이후에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매우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먼저 구상한 뒤 그것을 발전시켜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할리우드가 거꾸로 일하고 있다.”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모든 영화는 감독으로부터 출발한다. 여러 영화제를 방문해 많은 영화를 본다. 관심이 가는 감독을 만나 우리의 비전도 소개한다. 2~3년 전부터 공포영화가 극장에서 유일하게 흥행하는 장르가 됐다. ‘겟 아웃’이 크게 흥행한 뒤로는 공포영화를 절대 만들지 않을 거 같은 감독도 공포 장르에 많은 관심 보이고 있다.”

-블룸하우스가 꼭 한번 작업하고 싶은 감독은.

“(영화 ‘디센던트’ ‘네브라스카’ 등 코믹한 드라마를 주로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곧 같이 작업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과 공포영화 만드는 게 꿈이다. 아직 나에게 연락 안 오는 걸 보니 관심이 없는 거 같다(웃음).”

‘해피 데스데이’의 한 장면.
‘해피 데스데이’의 한 장면.

-다음 프로젝트는.

“‘23 아이덴티티’(2017) 후속인 ‘글래스’가 내년 1월 개봉하고, ‘해피 데스데이’ 속편 ‘해피 데스테이 투유’가 2월에 나온다. ‘겟 아웃’을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도 준비 중이다.”

-블룸하우스가 공포영화 전성기를 다시 가져왔다. 열풍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특정 장르가 흥행하면 곧바로 유사한 영화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결국 저급 영화가 늘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시장 수요가 확 줄어든다. 흥행과 침체가 반복되는 사이클로 시장이 움직일 거 같다. 지금은 공포영화 수요가 최고점에 다다랐다. 얼마 후 줄어들 거라 본다. 그러나 완성도 있는 공포영화는 언제나 사랑받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015년 한국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협업을 논의했고, 중국과도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국뿐 아니라 각 나라에서 현지어로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블룸하우스의 브랜드와 전략이 다른 문화와 만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한때 한국과 협업을 추진한 적도 있는데 잘 되진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관심은 놓지 않고 있다.”

-블룸하우스 영화에 캐스팅하고 싶은 한국배우와 흥미롭게 본 한국영화는.

“‘부산행’(2016)을 재미있게 봤다. 미국에서 리메이크 할 생각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원작보다 더 잘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배우 중에는 마동석이다. 블룸하우스 영화에 딱 어울리는 배우다. 한국의 드웨인 존슨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 많은 관객에게 공포를 안기는데 당사자는 무엇에서 공포를 느끼는가.

“나에게 지금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웃음).”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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