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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티비톡] ‘역시즌’ 호러 드라마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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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티비톡] ‘역시즌’ 호러 드라마의 역습

입력
2018.10.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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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러블리 호러블리' '오늘의 탐정' '손 the guest'. KBS2, OCN 제공
(왼쪽부터) '러블리 호러블리' '오늘의 탐정' '손 the guest'. KBS2, OCN 제공

어린 시절 여름 밤 TV 앞에 앉아 ‘전설의 고향’ ‘미스터리 극장’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더위를 한 방에 날려주던 등골 서늘한 드라마들은 극장가를 넘어 안방극장에도 ‘여름=호러물’이라는 공식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최근, 불문율처럼 내려오던 호러물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올 가을, 서늘한 날씨와 함께 호러 드라마들이 앞 다투어 안방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 시작된 ‘역시즌’ 호러드라마들의 습격

올해 가장 먼저 ‘역시즌’ 호러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지난 8월 13일 첫 방송됐던 KBS2 ‘러블리 호러블리’였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운명을 공유하는 한 남녀가 톱스타와 드라마 작가로 만나면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호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남녀주인공인 송지효와 박시후가 ‘운명공유체’로 묶이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온전히 호러 장르에만 집중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주군의 태양’ ‘오 나의 귀신님’과 달리 로맨스 보다는 호러물의 장르적 특성을 살리고자 한 시도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전했다.

‘전설의 고향’ 이후 KBS가 도전하는 가작 파격적인 호러드라마를 표방한 ‘오늘의 탐정’은 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한 지난 9월 5일 첫 출발하며 본격적인 ‘역시즌’ 호러 드라마의 등장을 알렸다.

현재 최고 시청률 4.4%를 기록하고 있는 ‘오늘의 탐정’은 귀신 탐정 이다일(최다니엘)과 열혈 조수 정여울(박은빈)이 의문의 여인 선우혜(이지아)와 마주치며 기괴한 사건 속으로 빠져드는 神본격호러스릴러다.

심의규정에 따라 수위 높은 호러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오늘의 탐정’은 첫 회부터 거침없었던 살인 장면들과 ‘생령’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같은 달 첫 선을 보인 OCN ‘손 the guest’는 국내 첫 엑소시즘과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호러 드라마로 첫 방송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손 the guest’는 ‘박일도’라고 불리는 악귀가 사람들에게 빙의돼 살인을 저지르고, 이의 존재를 쫓는 이들이 구마의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악귀의 존재를 쫓는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OCN 특유의 연출력으로 영화를 뛰어 넘는 역대급 수위의 호러 드라마를 완성했다.

시청자들의 공포감을 확실하게 유발하는 스토리 전개와 연출에 안방극장에서 보기엔 너무 무섭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호러 마니아라는 고정 시청층의 확보에 성공한 ‘손 the guest’는 첫 회 1.6%에서 시작한 이후 현재 최고 시청률 3.2%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 안방극장 ‘호러 트렌드’는 왜 여름을 벗어났을까

이처럼 늦여름을 시작으로 가을까지 다양한 호러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연이어 찾고 있다. 그간 여름 시즌에 국한 돼 있던 ‘호러물’의 등장이 계절을 벗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장르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기존에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던 인기 장르인 가족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등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지는 시점에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이것이 신선함을 줄 수 있는 호러 장르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킨 것이다.

실제로 호러 장르는 그간 여름 특별 기획 드라마를 제외하곤 크게 시도된 적 없는 탓에 소재나 전개의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호러’가 계절적 한계를 벗어나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음에 따라 각 채널들이 ‘전략적 편성’에 호러물을 적극 활용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호러물의 역시즌 편성이 ‘전략적 편성의 일환’이라고 설명한 OCN 관계자는 “시청자분들이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매 작품 스토리와 캐릭터 장르를 변주해 가며 편성하는 것이 OCN 채널의 전략”이라며 “그 결과 지금 ‘손 the guest’를 선보이고 있으며, 오는 11월에는 ‘프리스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여름이라는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손 the guest’를 9월에 첫 선을 보였는데, 이는 탄탄한 완성도와 독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받은 ‘손 the guest’가 OCN 수목 블록이 자리 잡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 때문 이었다”며 “실제로 기대했던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이 같은 전략적 편성의 효과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들의 편성에 따라 역시즌 편성을 하게 된 경우도 있다. 실제로 KBS2 ‘오늘의 탐정’은 여름에 기획됐던 작품이지만 스포츠 행사 편성 탓에 시청자들에게 다소 늦게 선보여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같은 시도, 다른 성적표. 이유는?

‘여름 시즌을 벗어난 호러물의 스테디 장르화’라는 도전의 맥락은 같지만, 올해 선보여진 역시즌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천차만별이다.

KBS2 ‘러블리 호러블리’는 1회 시청률 4.8%로 시작해 10회에서 최소 시청률 6.2%를 기록했으나, 이후 계속되는 하락세에 최저 시청률이 1.0%까지 떨어지는 씁쓸한 결과를 맞이했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오늘의 탐정’ 역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첫 회 시청률 3.7%를 기록했던 ‘오늘의 탐정’은 2회 당시 기록했던 최고 시청률 4.4%를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며 현재 2.2%까지 시청률이 하락했다.

반면 OCN ‘손 the guest’는 1회 시청률 1.6%로 시작,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난 8회 시청률 3.2%를 기록했다. 케이블 채널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특히 현재 ‘손 the guest’는 시청률만큼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흡수 중인만큼, 앞으로 시청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똑같은 ‘호러’ 장르에 도전했지만, 세 편의 드라마가 이처럼 상반된 성적을 받아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호러물이 TV 장르 속으로 편입될 당시에 존재했던 두 가지 한계점을 언급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첫 번째 한계점은 ‘귀신 소재가 과연 이 시대에 먹힐 것인가’였다”며 “인간들의 범죄가 많이 벌어지는 현 사회에서 귀신 이야기가 주는 오싹함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지며 호러물에 대한 인기도 하락했었다. 이 부분에 대한 본질적인 한계점이 상당히 컸는데, 이는 ‘빙의 소재’를 사용함으로서 상당 부분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과거 ‘전설의 고향’ 등에서 단순히 귀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던 것과 달리 현재 호러 드라마 속의 귀신은 현대 사회의 범죄, 스릴러와 결합되며 이 같은 소재의 한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범죄를 일으키는 이면에 귀신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새롭게 해석을 하고, 이러한 해석이 범죄 장르물과 결합되면서 결국엔 호러물이지만 인간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점이 한계를 넘어서게 한 중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소재에 대한 한계는 넘었지만, 작품들의 성적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덕현 평론가는 “범죄 장르물과의 결합으로 소재의 한계는 일정 수준 해결했지만, 이제는 ‘범죄 수위’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며 “OCN ‘손 the guest’의 경우, 작품 속에서 나오는 범죄 사건들을 보면 굉장히 수위가 높다. 대부분이 존속 살해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다거나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코드들이 허용되는 이유는 ‘빙의된 존재가 한 일’이라는 지점 때문이다. 호러물을 잘 활용한 예”라고 평가했다.

반면 ‘오늘의 탐정’에 대해서는 “지상파에서는 이런 부분을 다루기 어렵다. ‘오늘의 탐정’의 경우 역시 채널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범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귀신이라는 존재의 성격과 능력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채널적인 특성 상 드라마를 해석하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고, 투자 등의 한계로 연출에도 갭이 생겼다. 이것이 작품들의 성적 차이로 연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 호러 드라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손 the guest’로 영화를 뛰어 넘는 퀄리티의 호러 드라마를 선보인 OCN은 오는 11월 새로운 호러물의 출격을 예고했다. 메디컬 엑소시즘 장르물인 ‘프리스트’다.

‘프리스트’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 의사와 엑소시스트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한 병원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 현상들을 다룰 예정이다. 연우진이 신념을 지키려는 엑소시스트 오민수 역으로, 정유미가 의사 함은호 역으로 분한다.

OCN 관계자는 “‘손 the guest’는 샤머니즘이 결합된 한국적인 스릴러와 인간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고찰을 다뤘다면, ‘프리스트’에서는 정통 엑소시즘 스릴러와 메디컬이 결합되어 생명을 살리는 이들의 절실한 마음을 다룰 예정”이라며 “같은 듯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엑소시즘 장르물의 전략적 편성으로 올 연말 OCN 오리지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이처럼 현재 방송사들은 호러 장르물을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스테디 장르’로서 꾸준히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로코, 수사물처럼 하나의 장르로서의 진화에 성공한 호러 드라마들의 등장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시도가 많지 않았던 만큼, 더욱 신선한 드라마들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수반된다.

정덕현 평론가는 호러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재 결합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오싹한 느낌을 전하는 데 목표를 뒀던 시즌제 공포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으로 신선함을 전해야 한다는 것.

정 평론가는 “현재 ‘빙의’ 소재와 관련한 드라마들이 ‘엑소시즘 범죄 장르물’로 가지 넓히기에 성공하며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진 것처럼, 그간 뻔했던 호러물 시장에서 새로운 소재의 차원이 열렸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호러물이 꾸준히 선보여질 수 있는 장르가 되려면 이중 결합이 많이 시도돼야 한다고 본다.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멜로와의 결합을 넘어 범죄물, 메디컬 등 새로운 장르와 결합돼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선보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제 갓 ‘시즌물’의 옷을 벗어 던진 호러물들이 앞으로 변주를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보는 즐거움’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나아갈 방향에 기대를 걸어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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