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에서 처음 열린 퀴어문화축제가 종교ㆍ학부모 단체 반대 집회로 사실상 무산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성 소수자 단체가 연 규탄 집회에서 또 다시 양측이 충돌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규탄 집회를 연 뒤 인천경찰청 쪽으로 거리 행진을 하다가 종교ㆍ학부모 단체와 부딪혔다.
종교ㆍ학부모 단체 측은 로데오거리에서 맞불 집회를 연 뒤 성 소수자 단체들이 거리 행진을 시작하자 인천경찰청 앞으로 이동해 도로에 드러누워 거리 행진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이들과 성 소수자 단체, 경찰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도 나왔다.
이날 성 소수자 단체는 400여명, 종교ㆍ학부모 단체는 3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이날 20개 기동중대 등 경력 약 1,200명을 집회 현장에 배치해 양측을 분리했지만 거리 행진 과정에서 충돌은 막지 못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비대위는 앞서 집회에서 “종교단체가 퀴어축제를 폭력으로 방해한 것은 혐오범죄”라며 “즉각 사죄하고 피해를 즉각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성 소수자 차별하는 동구청과 폭력 사태 막지 못한 경찰은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덧붙였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8일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제1회 인천 퀴어문화축제를 열려 했으나 기독교 단체 등이 반대 집회를 열면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갔고 결국 무산됐다.
경찰은 당시 주최 측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행사 진행을 방해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집회 및 위반 등)로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퀴어축제는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국내에선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열렸다. 이후 대구 부산 제주 등에서도 개최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