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달 전 25만원 싸게 산 TV, 페스타 가격도 똑같네"

알림

"한달 전 25만원 싸게 산 TV, 페스타 가격도 똑같네"

입력
2018.10.01 17:42
수정
2018.10.01 22:30
17면
0 0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인 1일 서울 중구 을지로와 명동거리 쇼핑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계속된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인 1일 서울 중구 을지로와 명동거리 쇼핑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계속된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경기 안양시에 사는 40대 남성 이 모씨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페스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달 LG전자의 올레드(OLED) TV(모델명 55B8)를 샀는데, 페스타에서 25%나 할인된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LG전자 직영판매점인 베스트샵 매장에서 신용카드 할인을 적용받아 베스트샵 온라인몰 가격보다 25만원 더 싸게 샀다. 10% 넘는 할인이라 잘 샀다 싶었는데, 손해본 게 아닐까 걱정돼 매장에 페스타 기간 적용 가격을 물어봤다. 기사와 달리 가격은 자신이 산 가격과 같았다. 이씨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째 주최하고 있는 대규모 할인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한창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홍보하는 할인 상품이 특정 품목에 한정된 데다, 굳이 페스타 기간이 아니어도 일 년 내내 할인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할인이 일상화하자, 식상해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오히려 할인 기간을 단축하고 있는 일부 유통업체들은 정부 주도 할인행사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올레드 TV는 이번 페스타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페스타가 내세운 25% 할인이 적용되는 제품은 약 10가지 올레드 TV 가운데 한 품목(65E7)뿐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이 품목은 지난해 출시됐다. 전자제품은 최신 걸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고려하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제조사 입장도 마찬가지다. LG전자 관계자는 “페스타에 참여하려고 지난해 제품을 추가 생산했는데, 행사가 진행 중이라 판단이 이르지만 이익이 될진 확신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전자제품뿐 아니다. 금강제화 제품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최대 40%까지 할인한다고 알렸지만, 적용되는 건 한 품목(리갈 남성윙팁 정장화)이다. 할인 가격도 15만4,800원으로 온라인 최저가(15만8,660원)와 별 차이가 없다.

페스타가 할인율만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유통업계는 답답해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판매 장소가 본 매장인지 행사장인지, 신상품인지 이월상품인지, 매장 형태가 특약인지 임대인지 등에 따라 할인율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페스타가 일괄 발표한 할인율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있었던 주요 백화점별 정기 할인행사 = 그래픽 김경진 기자
올해 있었던 주요 백화점별 정기 할인행사 = 그래픽 김경진 기자

더구나 대부분 백화점은 1년에 5회(1, 4, 7, 10, 12월) 대규모 할인을 진행한다. 특히 10월엔 가장 중요한 가을 정기할인이 있다. 겨울 의류의 단가가 높은 만큼 4분기 매출이 백화점 연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백화점은 가격 결정권이 약하다. 제품을 직접 사다 진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미국 백화점과 달리 우리 백화점은 생산 업체에 매장을 내주고 수수료나 임대료를 받는다. 때문에 할인율을 제조업체나 브랜드가 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미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화장품업체 메디힐은 페스타에 참여하며 마스크팩(NMF 아쿠아링 앰플마스크 EX)을 50%나 할인했다며 1,5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오픈마켓에선 이 제품이 1,000~1,100원에 나와 있다. 메디힐 관계자는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재고 처분이나 전략적 차원에서 할인하면 직영 온라인몰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스타에서 40% 할인된 2만3,400원에 판매하는 양초 자캔들 메이어레몬(제조사 양키캔들)은 온라인 최저가가 1만5,000원으로 크게 차이 난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유통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많이 할인해도 온라인 가격을 따라잡긴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이나 쿠폰, 해외직구 등 싸게 사는 방법은 많다. ‘제값 주는 소비자는 바보’라고 여겨질 정도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할인행사만으로 판매가 늘어나는 건 옛날 일”이라며 “할인율이나 참여 기업 수 같은 수치 중심의 행사에 집착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