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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보대사

입력
2018.09.20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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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영국 명문 축구단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는 박지성을 ‘앰버서더’로 임명했다. 국내 언론 대부분은 홍보대사로 번역해 보도했다. 앰버서더를 어떻게 번역하든 그 호칭은 박지성에게 꽤나 어울려 보였다. 7년 동안 맨유에서 활동하며 팬들로부터 살아 있는 전설 대우를 받는 축구인이니, 맨유를 대표해 맨유를 제대로 알릴 만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홍보대사는 어떤 단체나 행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위촉된 유명인을 뜻한다. ‘외국에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라는 대사의 본래 뜻 때문인지 홍보대사라는 호칭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국내에서 홍보대사라는 명칭이 생긴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친선대사라는 엇비슷한 단어가 있어 왔다. 유네스코나 유엔난민기구처럼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나 유명 구호단체에서만 사용된다는 점에서 홍보대사와 다르다.

▦ 주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나 공익을 위해 설립된 사회단체가 자신들의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홍보대사를 활용한다. 사기업처럼 큰돈 들여 광고모델을 쓸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홍보대사를 선호한다. 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운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니 금전적 대가가 오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기획재정부가 만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홍보대사 운영 지침도 ‘무보수 명예직으로 위촉하고 실비 또는 보상적 성격의 사례금만 지원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돈 없이 유명인, 특히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정부부처 홍보대사 예산 자료를 18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수 설현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홍보대사로 한 해 동안 활동하며 받은 금액은 1억4,000만원. 혈세 낭비라는 비난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설현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특정 제품 광고모델로 1년에 4,5억원을 받을 만한 그의 유명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받으며 국가에 나름 봉사를 한 셈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묻지마 위촉’이다. 설현은 2016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그는 ‘한국 방문의 해’와 선관위 홍보대사여서 여론의 뭇매를 더 강하게 맞았다. 국사를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관광한국을 홍보하고 선관위의 얼굴 역할을 하냐는 거였다. 연예인이면 홍보는 다 해결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한번쯤 되돌아볼 때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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