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현정화 “분희 언니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알림

현정화 “분희 언니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입력
2018.09.16 17:12
0 0
지난 7월 대전 코리아오픈 탁구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현정화 감독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고영권 기자
지난 7월 대전 코리아오픈 탁구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현정화 감독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고영권 기자

27년 전 탁구공 하나로 ‘작은 통일’을 이뤄 깊은 감동을 안겼던 현정화(49) 렛츠런 탁구단 감독이 리분희(50)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과 25년 만에 평양에서 재회를 꿈꾼다.

16일 청와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18~20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갈 수행원 명단을 발표했다. 체육 분야에서는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북한 리분희와 남북 단일팀을 이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땄던 현정화, 2034년 월드컵 남북공동개최를 제안한 차범근 전 축구 감독,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주장이었던 박종아가 동행한다.

현 감독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금요일에 비서실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어제 회사 승인이 났다”며 “분희 언니가 북측 수행원으로 온다면 정말 ‘대박’ 아니겠느냐. 하지만 어찌될지는 모르겠다. 기대는 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방북은 2005년 평양에서 열린 6ㆍ15공동선언 발표 5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 이후 13년 만이다.

현 감독과 리분희는 남북 최초 단일팀이었던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연을 맺었다. 남북을 대표하는 에이스였던 둘은 힘을 합쳐 여자 단체전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한반도기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걸렸고 남북 응원단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이는 ‘코리아’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현 감독은 “분희 언니랑 서로 애인이 누구인지도 털어놓을(리분희는 북한 남자대표 김성희와 결혼) 정도로 우린 서로 마음을 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한국 탁구 최초로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때 상대국으로 북한 리분희와 맞붙은 뒤 25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1991년 세계 탁구선수권 당시 리분희(왼쪽)와 현정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1년 세계 탁구선수권 당시 리분희(왼쪽)와 현정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 감독은 그 동안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분희 언니 한 번 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만나면 거창한 식사 대신 집으로 초대해 손수 따뜻한 집밥을 해주고 싶다”며 남다른 감정도 드러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리분희가 방한할 예정이었다가 막판에 어긋났다. 지난 3월 평창패럴림픽 때도 북한이 대표단을 보내기로 하면서 리분희가 방문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외아들이 장애인인 리분희는 장애인 체육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결국 리분희는 오지 않았고 만남은 무산됐다.

현 감독은 “사실 (평창패럴림픽 때) 어떻게든 분희 언니를 만나고 싶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잘 안 됐다”고 아쉬워하며 “이번 방북 때는 우리가 묵는 호텔 안에서는 자유롭게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분희 언니가 호텔로 올 수 있다면 하룻밤 같이 보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만나면 일단 꼭 안아주고 싶다. ‘언니! 우리 이제 자주 얼굴 좀 봐’라고 말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현 감독은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 교류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반도에부는 평화의 바람을 타고 남북 체육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 6월 북한의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및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지난 7월 평양 남북통일농구 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공동입장과 일부 종목 단일팀을 통해 체육이 평화를 다지는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코리아 팀의 홍차옥, 유순복, 현정화, 리분희.(왼쪽부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코리아 팀의 홍차옥, 유순복, 현정화, 리분희.(왼쪽부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중에서도 가장 먼저 단일팀을 꾸렸던 탁구가 앞장서고 있다. 탁구는 지난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단일팀을 전격적으로 꾸려 큰 감동을 안겼다. 지난 7월 대전에서 벌어진 코리아오픈에 이어 오는 11월 오스트리아오픈, 스웨덴오픈에서도 단일팀 구성을 합의했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 부산에서 열릴 세계선수권, 그 해 도쿄올림픽까지 단일팀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 감독은 27년 전 지바에서 우승한 뒤 “작은 통일을 이뤄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스물 한 살짜리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했겠느냐. 준비한 코멘트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계속 그런 시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문이 열리지 않겠느냐”며 “일단 남북정상회담이 정말 중요하니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남북 교류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 고민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