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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 발길 뚝… 금융권 ‘언택트 거래’ 속도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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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 발길 뚝… 금융권 ‘언택트 거래’ 속도 붙는다

입력
2020.03.0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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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 2월 중순 이후 인터넷 스마트뱅킹 이용 급증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도 한산… 은행들은 수수료 경감 등 혜택 

 지점 인력 감축 추세와 맞물려 금융 조직 통폐합 계기될 수도 

대구 수성구에 있는 대구은행 제1본점. 대구은행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한다고 3일 밝혔다. 대구은행 제공
대구 수성구에 있는 대구은행 제1본점. 대구은행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한다고 3일 밝혔다. 대구은행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에도 대면거래를 꺼리는 ‘언택트’(untact) 소비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이미 지점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터라 금융권 업무 형태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열흘 새 비대면 거래 8% 늘어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는 것은 몇 년 째 이어진 추세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는 형국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지난달 16~25일 열흘간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의 인터넷ㆍ모바일뱅킹 이체 건수는 4,127만5,20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814만 3,800만건)보다 8.2% 늘었다. A은행은 12%(약 144만5,000건)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 중 모바일뱅킹은 이용건수가 전년대비 16%나 뛰었다. B은행의 경우 16~22일동안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규로 수신상품에 가입한 건수가 약 1만1,260여건으로 1년 전(약 6,690건)보다 68%나 늘었다.

반면 지점 방문자 수는 30~40% 가량 줄었다. 지점 현장에서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방문 고객 감소를 체감하긴 어려웠지만, 중순 이후로는 눈에 띄게 줄어 가장 바쁜 시간대인 점심시간에도 방문자가 한 손에 꼽을 정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장들이 최근 대구ㆍ경북지역의 경우 비대면 거래 고객에게 수수료를 경감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다 우리은행의 경우 3월 한 달간 전 개인고객의 인터넷ㆍ스마트뱅킹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은행 영업ㆍ근무 변화 계기 되나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가 금융소비자들의 접근 방식을 바꾸고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은행들은 내점 고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계나 기업 대출 등 일부 영업을 제외하고 간단한 거래는 비대면 채널 이용하도록 각 개별 영업점에 전달하거나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하며 독려하는 분위기다.

또한 재택근무와 이원화 근무(근무장소 분산), 출퇴근 시간 조정 등 다양한 근무 형태가 자리를 잡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본점 폐쇄 등 유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시행되는 정책들이 의도치 않게 근로 체계 변화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택ㆍ원격 등의 근무가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온다면 고객과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일부 부서는 시간과 장소 제약 없는 유연한 근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지점 통폐합과 그에 따른 조직 슬림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온라인 거래가 이미 90%가 넘어선 상태라 오프라인 영업점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왔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1월 한 달에만 영업점 57곳의 문을 닫았다.

이는 곧바로 희망퇴직 등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신한금융투자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희망퇴직 규모는 1,680명, 관련 퇴직 비용은 약 6,66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4년간 4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9,950명, 비용은 3조4,000억원이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활성화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매년 선제적으로 지점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사태를 겪으며 지점 방문 고객 수가 크게 줄어도 고객 불편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면 지점 축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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