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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한국어학당 강사 무기계약 전환 ‘강사 아닌 강사’ 고용안정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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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한국어학당 강사 무기계약 전환 ‘강사 아닌 강사’ 고용안정 물꼬

입력
2019.06.10 04:40
수정
2019.06.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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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집회 136일째인 지난달 31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한국어 강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제공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집회 136일째인 지난달 31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한국어 강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제공

대학 내에서 ‘강사 아닌 강사’ 대접을 받던 한국어학당 교직원들의 고용불안 해소에 물꼬가 트였다. 서울대 부속 언어교육원이 기간제 한국어 강사들과 무기계약 전환을 합의하면서다. 시간강사도 계약직 근로자도 아니었던 이들에게 전임교원 자격을 부여한 서울대의 파격적 실험이 다른 대학으로 번져나갈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대 부속 언어교육원은 지난 7일 기간제 한국어 강사 38명에 대한 무기계약 전환을 합의했다. 대학노조와 강사들이 지난 1월부터 ‘한국어 강사도 비정규직 관련 법률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시작된 논의(본보 1월 29일자 보도)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번 합의로 2009년 한 차례 무기계약 전환이 됐던 이들을 비롯해 79명의 한국어 강사 전원이 무기계약직 언어교육원 전임교원 직위를 얻게 됐다.

한류 열풍으로 어학 연수생이나 유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어학당이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한국어 강사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고등교육법 상의 시간강사도, 기간제 및 단기근로자 보호법에 근거한 노동자 신분도 아닌 대다수 강사들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소속 한국어 강사들 또한 시간강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강사처럼 매 학기 새로 계약서를 쓰면서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취급받았다. 비정규직일 경우 2년 이상 계약을 체결하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법률도 지키지 않았다.

한국어 강사들의 신분에 변화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한국어 강사도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해석을 제시하면서다. 때맞춰 서울대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정문과 본관에서 집회를 시작하면서 대학 본부와 협의에 들어갔고 이달 7일 합의에 도달했다. 서울대 부속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 김미연(43)씨는 “교무처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유령’ 같았던 한국어 강사인데, 드디어 학교 구성원으로 확실한 지위를 얻게 됐다”면서 “고용 불안으로 하루도 편치 않던 선생님들의 생활에 주름이 펴졌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_신동준 기자/2019-06-1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_신동준 기자/2019-06-11(한국일보)

서울대에서 시작된 한국어 강사들의 신분 변화가 다른 대학으로 번질지가 다음 관심사다. 서울대에 이어 경희대와 연세대 어학당 강사들이 대학노조에 가입하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비롯한 신분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수근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지부 초대 지부장은 “3년 전부터 미지급 연차 문제로 학교 측과 논의를 이어가다 보다 강력한 대응을 위해 법적 조직을 만들게 됐다”며 “역사와 규모가 큰 연세 어학당에 쏠린 이목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물꼬가 터졌지만 갈 길은 멀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일부 대학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노조 결선은 커녕, 강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한 한국어 강사는 “4대 보험은 언감생심이고 수당도 주지 않으면서 잡무를 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열악한 처우에 짓눌려 있지만 불이익이라도 당할까 싶어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김병국 민주노총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한국어 강사의 근로자로서 법적 권리를 확인한 만큼 대학은 우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대학노조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요구안을 제시하는 등 서울대에서 시작된 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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