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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세종머앟 야민정음

입력
2019.05.1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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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안렌즈로 본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한국일보자료사진
8㎜ 어안렌즈로 본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한국일보자료사진

[가을 하늘 품은 세종대왕 동상] 파란 가을 하늘 품은 세종대왕 동상. 백로를 사흘 앞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위로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있다. 8mm 어안에 찍힌 광화문 일대가 파란 가을 하늘을 품은 듯 보인다. 황재성 기자 goodluck@snhk.co.kr /2013-09-04(소년한국)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세종대왕 탄생일이다. 누구나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한 한글, 곧 훈민정음을 만드신 겨레의 스승 세종대왕의 큰 뜻을 기리기 위해 이날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이다. 한글은 500년 가까이 지배층의 푸대접을 받았지만 1945년 광복 이후 공식적인 나랏글로서 온 겨레의 효과적 소통과 문화 창조,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한글은 정보전달 기능에서 나아가 오락적 기능까지 선사한다. 누리꾼들이 쓰는 ‘세종머앟’, ‘머통령’, ‘띵곡’, ‘댕댕이’는 처음 보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보면 ‘세종대왕, 대통령, 명곡, 멍멍이’를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누리꾼들은 ‘눈물’을 180도 회전해서 ‘롬곡’으로 적는다. 글자 바꾸기를 통한 이러한 말놀이는 인터넷 야구 동아리에서 즐겨 쓰던 한글이라는 점에서 ‘야민정음’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익숙한 글자꼴에 변화를 주어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오락적 기능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김머중’(김대중), ‘박ㄹ혜’(박근혜) 등의 사용은 인터넷 검색을 피하기 위한 자기 방어적 동기도 있다.

글자 이용 말놀이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파자(破字)’ 놀이, 2002년 전후의 ‘외계어’와도 연결된다. ‘ズıλざ읍ㅎF’(지성 오빠)처럼 외계어가 알파벳, 일본 가나, 특수 문자, 한글 등을 조합하여 복잡하게 표현한 것이라면 야민정음은 한글만 이용해서 글자를 간단히 변형한 것이다. 이러한 말놀이를 한글 파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한글의 적극적 활용으로 보는 것이 옳다. 전문가들이 한글을 변형해 옷이나 기념품의 디자인에 활용하듯 보통 사람들은 한글로 손쉽게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 낸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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