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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물고기와 불고기

입력
2019.04.1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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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리랑’의 가사에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라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발병’을 [발뼝]으로 발음해야 하지만 [발병]으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발병’은 ‘길을 많이 걸어 발에 생기는 병’을 뜻하는 말인데, ‘발’과 ‘병’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뒤 단어인 ‘병’을 된소리로 발음한다. 그런데 같은 표기이지만 ‘병이 발생함’을 뜻하는 ‘발병(發病)’은 합성어가 아닌 하나의 명사이기 때문에 [발병]으로 발음한다.

‘누워서 잠을 자는 곳’을 뜻하는 ‘잠자리’도 ‘잠’과 ‘자리’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잠짜리]라고 발음하지만 날아다니는 곤충을 뜻하는 ‘잠자리’는 하나의 명사이기 때문에 [잠자리]로 발음한다.

그런데 모든 합성어를 된소리로 발음하지는 않는데, 예를 들어 ‘물고기’와 ‘불고기’는 둘 다 합성어이지만 물고기만 [물꼬기]로 발음하고 불고기는 표기 그대로 [불고기]로 발음한다. 그 이유는 관형격 기능을 지니는 사이시옷이 있어야 할 합성어의 경우에만 된소리로 발음하기 때문인데, 불고기는 ‘불의 고기’가 아니라 ‘불에 구운 고기’의 의미여서 관형격 의미가 없지만 물고기는 ‘물의 고기’로 관형격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합성어 ‘발병’과 ‘잠자리’ 역시 ‘발의 병’과 ‘잠의 자리’라는 관형격 의미가 있기 때문에 된소리로 발음한 것이다.

‘무엇의 무엇’처럼 관형격 의미가 있는 합성어는 앞 단어에 사이시옷을 붙여야 하지만 ‘발­병’, ‘잠­자리’, ‘물­고기’처럼 앞 단어에 모두 받침이 있어 사이시옷을 표기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단어들은 표기상으로는 사이시옷이 드러나지 않지만 발음상으로 사이시옷에 의한 된소리 발음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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