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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괴나리봇짐

입력
2019.04.01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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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 ‘ㅚ’, ‘ㅟ’는 발음할 때 입 모양을 바꾸지 않는 단모음이자 전설 원순 모음이어서 입술을 둥글게 오므린 상태에서 입 모양을 바꾸지 않고 혀를 앞쪽으로 내밀며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 입술을 오므리면 ‘ㅗ’, ‘ㅜ’ 모음을 발음할 때처럼 혀가 뒤쪽으로 당겨지기 때문에 혀를 앞쪽으로 내밀며 ‘ㅚ’, ‘ㅟ’ 모음을 발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표준발음법’에서는 ‘ㅚ’를 이중모음 ‘ㅞ’처럼 발음하는 것과 ‘ㅟ’를 반모음 ‘ㅜ[w]’와 단모음 ‘ㅣ’를 연속해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ㅚ’, ‘ㅟ’의 발음이 어렵다 보니 언중들은 이를 발음하기 편한 모음으로 바꿔 말하는 경우가 많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이 보자기에 짐을 싸서 어깨에 메고 가는 것을 ‘괴나리봇짐’이라고 해야 하지만 ‘개나리봇짐’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개나리꽃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괴’를 ‘개’로 잘못 발음한 것이다. 명절을 맞이해 지낸다는 말은 ‘명절을 쇠다’이지만 ‘명절을 세다’라고 말하는 것도 ‘쇠’를 ‘세’로 잘못 발음한 것이다.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날을 ‘새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고 소의 털에 비유해 ‘쇠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해야 한다. ‘새털’은 관용구로 많은 것을 비유할 때는 쓰이지 않고 가벼운 것을 비유할 때 쓰여 ‘새털같이 가볍다’와 같이 사용한다.

이외에도 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의 사이를 뜻하는 말은 손아귀이지만 이를 ‘손아구’라고 말하고, 뼈의 낱개를 이르는 말은 뼈다귀이지만 이를 ‘뼈다구’라고 말하며, 입이 커서 못생긴 생선은 아귀이지만 이를 ‘아구’라고 말하는 것도 모음 ‘ㅟ’를 ‘ㅜ’로 잘못 발음한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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