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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입력
2019.03.0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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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기역 자 모양으로 생긴 낫을 보면서도 기역 자를 모른다는 뜻인데, 정작 이 기역 자의 이름을 ‘기역’이 아닌 ‘기윽’으로 잘못 말하는 경우가 많다.

자음의 이름은 최세진이 1527년 저술한 책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유래했다. 당시 한글의 자음인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은 초성과 종성에 두루 사용되었는데, 최세진은 초성에 ‘ㅣ’ 모음을 붙여 ‘기, 니, 디, 리, 미, 비, 시, 이’로 소리가 나고 ‘ㅡ’ 모음 아래에 종성을 붙여 ‘윽, 은, 읃, 을, 음, 읍, 읏, 응’으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예시하기 위하여 ‘基役(기역)’, ‘尼隱(니은)’, ‘池末(디귿)’, ‘梨乙(리을)’, ‘眉音(미음)’, ‘非邑(비읍)’, ‘時衣(시옷)’, ‘異凝(이응)’이라는 한자를 붙였고 이것이 나중에 자음의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니은’, ‘리을’, ‘미음’, ‘비읍’, ‘이응’과 달리 ‘기역’, ‘디귿’, ‘시옷’은 ‘ㅣ’와 ‘ㅡ’ 모음에 자음을 붙인 형태가 아닌데, 이는 ‘기윽’의 ‘윽’과 같은 발음을 가진 한자가 없어서 ‘윽’과 가까운 발음인 ‘役(역)’을 사용해 ‘기역’이 되었고, ‘디읃’, ‘시읏’의 ‘읃’, ‘읏’과 같은 발음을 가진 한자가 없어서 ‘읃’, ‘읏’과 가까운 발음을 찾아 ‘末(귿 말)’, ‘衣(옷 의)’의 뜻인 ‘귿’과 ‘옷’을 취해 ‘디귿’과 ‘시옷’이 된 것이다.

8개 자음 이외의 ‘ㅈ, ㅊ, ㅋ, ㅌ, ㅍ, ㅎ’은 당시 종성으로는 쓰이지 않아 초성에 ‘ㅣ’ 모음을 붙여 ‘지, 치, 키, 티, 피, 히’로만 음가를 나타내었는데, 이후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의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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