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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좋아요’ 눌러 주셈

입력
2019.02.08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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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함 먹어 보셈’, ‘재밌는 영화 추천하셈’처럼 문장이 ‘-셈’으로 끝나는 누리꾼들의 말을 ‘하셈체’라고 부른다. 하셈체는 통신 언어 가운데서 이른 시기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꾸준히 쓰이는 대표적 표현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재미를 더하기 위해 ‘하셈’을 ‘하삼’ 또는 ‘하3’으로 바꾸어 적기도 했다.

하셈체의 ‘하셈’은 명령형 ‘하세요’에서 ‘요’를 생략하는 대신 ‘세’에 부드러운 느낌의 명사형 어미 ‘-음’을 덧붙여 만들었다. ‘하세요’에 비해 길이가 짧고 간결하기 때문에 언어 경제성이 있다. ‘-시-’가 함께 쓰인 형식이라서 행동의 주체인 상대방을 높여 주는 기능이 나타나고, 보통의 명령형 종결어미와 달리 부드럽고 공손한 어감까지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여러 가지 특성 덕분에 하셈체는 쓰임새가 상당히 풍부하다. ‘공지 떴습니다. 아동수당 지급한대요. 빨리 신청하셈’처럼 해요체나 하십시오체를 써서 글을 쓸 때 하셈체가 들어가면 명령의 힘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생긴다. ‘지금 들어온 소식임. 큰일 났음. 이거 보셈’에서 ‘보셈’은 ‘음슴체’의 명령형으로 쓰였다. ‘좀 늦을 거 같다. 기다려 주셈’과 같이 반말을 쓰던 친구에게 하셈체를 쓰면 부탁 또는 사과하는 사람으로서 공손함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한국어는 ‘싱글싱글’, ‘생글생글’, ‘쌩글쌩글’, ‘출렁출렁’, ‘촐랑촐랑’ 등의 의성의태어 표현이 풍부한 언어로 알려졌다. 이에 못지않게 종결어미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높임 정도와 어감이 다른 갖가지 종결어미를 이용해 대인관계 의미를 미세하게 조절하며 표현한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통신 언어 덕분에 하셈체, 음슴체, 한다요체가 추가됨으로써 한국어의 문장은 더욱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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