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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외국인ㆍ외국 출신 한국인 호칭어

입력
2019.01.2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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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당선된 뒤 트럼프의 승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속내도 고백한다.” “발대식에서는...네팔 이주여성 소마쓰래스타와 필리핀 출신 제니카의 남편 소감문을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위와 같이 아직도 일부 언론에서 외국인 또는 외국 출신 한국인들에게 성ㆍ이름 뒤에 아무런 호칭어를 붙이지 않는 일이 종종 보인다. 반면, 기존 한국인에 대해서는 긍정적 ‘팬심’이 강력히 작용하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직위를 붙인다. 두드러진 직위가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씨’를 붙여 높여 대우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직위나 ‘씨’를 붙이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상 인물이 물리적으로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닌 ‘그들’에게 호칭어를 쓰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보아 생략해 왔다. 편하게 이름만 적어도 당사자가 국내 기사를 볼 일이 없고, 외국인 차별이라고 강력히 따질 일도 없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외국과의 교류가 많지 않고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이 극히 적으며, 국내에서 외국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오래 전 과거에는 언어 경제성 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되는 용법이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모든 기사가 전 세계에 공유되고, 수많은 외국인 및 외국 출신 한국인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고 있는 다문화 시대에는 이러한 언어적 대우가 무례하고 차별적 행위로서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외국 대통령 등에게 지속적으로 직위 등의 호칭어를 붙이지 않을 때는 외교적 결례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또 외국 출신 한국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알게 되면 괴리감과 피해 의식을 느낄 것이다. 사회 통합을 지향해야 할 언론에서 일관되고 시대 상황에 맞는 언어 사용을 해야 할 이유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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