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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현실과 이상의 경계

입력
2018.12.26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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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1년에 제작되는 영화는 100편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영화 중에서 그동안 우리말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별로 없었다니 의외다. 이런 참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말모이’의 편찬 과정을 담은 영화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영화가 나온다는 얘기를 연이어 들었다. 우리의 말과 글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듯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랜 숙제와 고민이 다시금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말과 글을 잘 가꾸고 보전할 필요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대부분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실제 언어생활을 할 때 엄격한 기준으로 지적하고 교정해도 괜찮겠냐고 묻는다면 질색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말과 글에 대해 두 가지 기준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선언적으로야 당연히 우리의 말과 글을 소중히 가꾸어야 한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내가 쓰는 말과 글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결국 우리말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하게 된다.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실제 언어 쓰임을 반영한 정책을 마련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말과 글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롯이 보전되도록 오류를 지적하고 개선하는 정책도 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계가 너무나 모호하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경계가 달라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올 한 해 부끄러운 글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서, 귀한 지면을 내주신 신문사와 많이 모자란 글을 꾸준히 읽고 의견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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