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포함된 단어 770개 중 92개… 예문 4121개 중 204개
게티이미지뱅크

'계집: 술과 계집은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다.'

'색시: 시집가는 색시가 연지와 곤지를 찍는 건 신랑에 대한 복종을 의미한다.'

요즘에 함부로 입 밖에 냈다가는 대번에 성차별로 지적 받을 수 있는 표현이지만 국립국어원이 만든 최고 권위의 국어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에 버젓이 실린 예문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서울YWCA, 네이버와 함께 국어사전 성차별성 모니터링을 실시해 22일 결과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지난 5월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등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 뜻풀이와 예문에 ‘여자’ 또는 ‘남자’가 포함된 단어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분석 결과, 770개 단어 중 92개 단어가 성차별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성차별적 단어 중에는 여성성ㆍ남성성을 강조하거나(35건, 38.1%)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단어(20건, 21.7%)가 많았다.

가령 '댄서'의 경우 '손님을 상대로 사교춤을 추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로, '작업'은 '남자가 여자를 꾀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규정했다.

'왈가닥'을 '남자처럼 덜렁거리며 수선스러운 여자'로 풀이하거나 ‘셔츠 블라우스’를 ‘깃이나 소매의 단춧구멍을 남자의 셔츠처럼 만든 블라우스’로 정의하는 등 고정된 성별 이미지를 답습한 사례도 있었다.

사전은 ‘사내 구실’을 ‘주로 성생활과 관련한 남자로서의 구실’로, ‘여자 구실’은 ‘여자는 아기를 낳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과 관련된 여자로서의 구실’을 뜻한다고 각각 정의했다. 이는 사전들이 남성은 성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주체로 보면서도, 여성은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모성을 지닌 존재로 표현하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양평원 분석이다.

4,121개 예문 중 성차별적 예문은 204개였다. 성차별적이거나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단어가 포함된 예문이 70건(34.3%)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가사노동은 요리사, 세탁부, 청소부, 가정 교사 등의 노동을 합쳐 놓은 종합 노동이다'(‘세탁부’ 예문), '그녀는 결혼할 때 이미 처녀가 아니었다'(‘처녀’ 예문) 와 같이 성역할 고정관념이 예문에 강하게 들어가 있거나 해당 성별이 지녀야 할 태도, 행동, 외향 등을 규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따먹다’의 예문으로 ‘수인(囚人)들은 저마다 자기가 여자를 따먹었던 이야기를 하며 무료한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먹었다’의 예문으로 ‘그는 벌써 여러 여자를 먹었다’ 가 수록된 것도 발견됐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네이버는 1차 개선작업을 통해 예문 31건을 어학사전 검색에서 제외했고, 추가 개선을 약속했다. 다만, 양평원 관계자는 “국어학자나 편찬자들은 생각이 좀 달라서 표준국어대사전 등 국어사전 자체를 바꾸는 데는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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