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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 파탄... 야당이 기를 펴야 견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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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 파탄... 야당이 기를 펴야 견제하지”

입력
2018.05.28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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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ㆍ칠성시장 상인들

“대통령이 북한만 챙기고…”

불황에 여당 반발감 더 커져

대구공항 이전 문제 등

곳곳 여당 후보 지지 의사도

보수 아성 변화 분위기 감지

25일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구 서문시장 식자재 구역이 손님 없이 한산하다. 대구=이서희 기자
25일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구 서문시장 식자재 구역이 손님 없이 한산하다. 대구=이서희 기자

“서울서 왔다꼬? 지금 시장 가봐야 사람도 없을낀데…”

6ㆍ13 지방선거를 19일 앞둔 25일, 민심 취재차 찾은 대구에서 택시를 잡고 “서문시장으로 가달라”고 하자 기사 이상해(64)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구 태생으로 이곳에서만 30년 넘게 버스와 택시 운전대를 잡은 그는 시장으로 가달라는 손님을 2주 만에 태웠다고 했다. 한때는 하루에 몇 번씩 오가던 곳이다. 이씨는 “최저임금 인상되고부터는 시내 편의점도 새벽 3시면 문닫고 식당들도 밤 11시 넘어가면 장사 안 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선거에선 ‘먹고 살게 만들어 줄 사람 뽑아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 중구 서문시장의 활력은 듣던 대로 예전 같지 않았다. 먹거리가 늘어서거나 의류점, 생활용품점 등이 몰린 몇 구역에만 발길이 몰릴 뿐 수산물이나 과일 상가, 도매상가 등은 한산했다. 상인들의 불만은 자연히 현정부로 향했다. 서문시장에서만 50년 가까이 야채를 팔고 있다는 김모(71)씨는 “작년부터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 시장에 나와도 국수 한 그릇만 먹고 들어간다”며 “박근혜 대통령 몰아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바뀐 게 뭐가 있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약재상인 이삼순(47)씨가 체감하는 불황도 최악 수준이다. 이씨는 “대통령이 북한만 챙기고 우리 경제는 파탄으로 만들어놨다”고 맹비난하며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임대윤은 찍어주면 안 된다”고 했다.

체감 경기가 뒷걸음질치면서 자유한국당 지지 성향이 강한 대구 중장년층의 여당에 대한 반감은 더 커진 모습이었다. 칠성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김모(49)씨는 “원래 대구는 잘하나 못하나 한국당”이라며 “여당 너무 밀어주면 안 된다. 야당이 기를 펴야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칠성시장에서 만난 정재구(58)씨도 “동구 사람들이야 (동구청장을 두 차례 지낸) 임 후보를 밀어주겠지만 인구가 많은 수성구, 달서구는 확실히 경험이 있는 권영진 한국당 후보를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홍준표 대표 막말 보면 찍어주지 말아야지 싶은데도 우리(대구시민)가 안 밀어주면 보수 궤멸로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25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곳 상인들은 “재래시장 찾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지만 요즘이 특히 뜸하다”고 했다. 대구=이서희 기자
25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곳 상인들은 “재래시장 찾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지만 요즘이 특히 뜸하다”고 했다. 대구=이서희 기자

하지만 ‘보수의 아성’이라는 대구에서도 한국당 지지세가 과거만큼 굳건하진 않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택시기사 박재현(59)씨는 “박근혜 정부가 못하는 바람에 한국당 인기도 많이 떨어졌다”며 “여기도 이제 한 번 바뀔 때 됐다”고 임 후보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서문시장에서 30여 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는 김모(62)씨 역시 “4년 전엔 권영진 찍었는데 이번엔 모르겠다”며 “(민주당에서) 김부겸이 나왔으면 고민도 않고 한 표 줬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역 현안인 대구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임 후보가 ‘분리이전’을 주장하는 것도 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권 후보의 경우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함께 옮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임 후보는 군공항만 이전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수성구민 유모(46)씨는 “공항이 있어서 얼마나 편한데 시민들에겐 묻지도 않고 옮긴다고 하느냐”라며 “임 후보는 놔둔다고 하니 찍어줄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을 향한 실망이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과 맞물려 선거 무관심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배모(49)씨는 “지난번에 권 시장을 뽑았는데 대구시민을 위한 정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 후보는 아예 이름도 모른다”고 말했다.

25일 대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진욱씨는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다들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이서희 기자
25일 대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진욱씨는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다들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이서희 기자

3당인 바른미래당 김형기 후보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듯했다. 바른미래당은 대구 동구을을 지역구로 둔 유승민 공동대표가 창당한 당임에도 대구 중장년층의 시선은 싸늘했다. 대구토박이인 택시기사 이진욱(60)씨는 “3번이 (후보가) 하나 더 있긴 하던데 유승민 때문에 안 찍을 것”이라며 “보수를 그리 쪼개 놔가지고 꼴 보기 싫다”고 잘라 말했다.

대구=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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