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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 약 처방 60일 제한 풀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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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 약 처방 60일 제한 풀어줘야

입력
2016.09.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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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 환자가 1,000만 명이 넘는데 항우울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대한뇌졸중학회, 대한파킨슨병학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뇌전증학회 등 4대 신경계 질환 학회가 비정신과 전문의도 60일 이상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 신경계 질환은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항우울제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의료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한 의사의 항우울제 처방이 60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이들 4대 학회는 우울증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4대 학회가 공동으로 미국 프랑스 일본 인도 등 20개 주요 국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항우울제 처방을 60일 이내로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확실한 우울증이 600만명에 달하는 등 대한민국은 이미 ‘우울증 1,000만명 시대’다.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4,427명(2013년 기준)으로 하루 40명꼴이다. ‘자살 1위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쓴지 오래다. 심리적 부검 결과 이들 중 80%는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주요 우울장애(심각한 우울증) 환자의 70~80%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우울장애 환자 치료율은 1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다. 특히 뇌졸중ㆍ치매ㆍ파킨슨병ㆍ뇌전증 등 4대 신경계 질환 환자의 우울장애 발생빈도는 45~55%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들 신경계 환자는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장애ㆍ발작 등이 있는 경우가 많아 약을 처방 받으려 정신과 진료를 받기를 꺼린다. 대부분의 환자는 “왜 (비정신과 전문의인) 선생님이 처방하면 되는데 불필요하게 정신과에 또 가야 하느냐”며 거부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보험 급여기준에는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항우울제’는 비정신과 의사가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2년 3월 오남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관련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SSRI 항우울제는 사람 뇌의 신경말단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재흡수를 억제해 세로토닌 농도를 늘리는 약으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뇌전증 4대신경계 질환 환자들이 우울증을 치료받지 못하는 게 참담한 현실”이라며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들도 환자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기간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신과 전문의들의 모임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무조건적으로 약물 처방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동네 의원 및 지역사회 건강증진센터에서부터 적절한 우울증 선별, 진단 및 치료법 선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치료는 항우울제 처방만 늘린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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