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워킹맘만 근로시간 단축? 독박 육아 부추긴다

입력
2017.01.18 18:15
0 0
출근전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는 워킹맘. 한국일보 자료사진
출근전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는 워킹맘.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5일 세 아이의 엄마로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에 복직한 30대 공무원이 일요일 아침 직장 비상계단에 쓰러져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일주일 전 보건복지부에 복직한 그는 그 주 평일에 매일 오후 9시를 넘어 퇴근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후 육아를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의 사인을 ‘심장 비대에 따른 부정맥증상으로 인한 심정지’로 1차 구두 소견을 밝혔다.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여성이 6일 만에 직장에서 숨진 이번 사건을 놓고 워킹맘의 노동 환경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우리나라에서 ‘저녁 없는 삶’을 사는 노동현실에, 육아부담은 부부 중 여성에게 기우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재인 ‘엄마 근무시간 단축’이 해법?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페이스북 캡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페이스북 캡쳐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기사를 링크하며 워킹맘의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문 대표는 “야근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초과 노동을 당연시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근무시간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근로시간을 임금 감소 없이 단축시켜 주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인 부분이 비판을 받고 있다.

17일 오후 4시46분에 올라온 이 게시글에는 약 25시간이 지난 18일 오후 6시 현재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상당수가 비판적인 댓글이다. 문 대표의 다른 페이스북 글과 달리 많은 항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특히 일과 육아 양립의 문제를 겪고 있는 워킹맘들의 실망이 커 보인다. 문 전 대표가 워킹맘에게만 해당하는 근무시간 단축을 해법으로 내 놓은 것이 ‘육아는 엄마만의 몫’으로 보는 시각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600여명이 ‘좋아요’로 공감을 표시한 베스트 댓글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만의 근로시간 감축이 아닌, 부모라는 표현이 보다 정확할 듯 합니다. 육아는 부모의 일이니까요”였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하고 단축 근무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어야 엄마들도 마음 놓고 쓸 수 있어요. 엄마들에게만 그렇게 적용한들, 인사고과 불이익 주는 건 당연하고, 감원대상이 될 뿐이고, 그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소리나 듣게 되니까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워킹맘들이 야근을 하고, 휴가도 못 가는 것이 아닙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있어도, 오히려 회사에서는 결혼 예정인 여성은 뽑지 않으려 하거나, 임신한 직원에게 퇴사를 권합니다.”

“왜 육아는 엄마만의 책임인 것처럼 이야기하십니까? 육아는 공동의 책임입니다. 왜 엄마만 애 키우는 존재인 것처럼 이야기 하시나요. 아빠는 어디 갔나요. 문재인님의 시선에서 육아는 엄마가 독박 쓰는 게 맞는 건가요?”

문재인 전 대표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 대부분 문 대표의 '워킹맘 근로시간 단축' 제안에 대한 비판이다. 페이스북 캡쳐
문재인 전 대표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 대부분 문 대표의 '워킹맘 근로시간 단축' 제안에 대한 비판이다. 페이스북 캡쳐

박근혜 정권 ‘시간선택제’도 임금 손실ㆍ고용불이익

워킹맘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대표적인 여성정책 중 하나로 강력하게 추진됐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육아ㆍ환자ㆍ노인 등을 돌보는 사람들이 하루 중 4~6시간을 선택해 일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일과 육아를 양립해야 하는 여성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주요 대상이다. 하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임금과 고용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이를 선택한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고용노동부의 추천을 받은 7개 사업장에 대한 시간선택제 실태조사를 수행했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업장 조사 결과 근로시간을 단축한 여성 노동자가 모든 사업장에서 임금과 처우 부문에서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8시간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시간선택제로 4시간을 근무할 경우 임금의 50%가 아닌 30, 40%를 받는 등의 임금손실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간선택제 노동자는 승진이 되지 않고 전일제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주변적인 일을 하게 되는 등 고용 불안정이 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워킹맘만 대상으로 했을 때 임금손실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며“임금체계와 근로시간, 휴일체계를 아이가 있는 엄마와 아빠 모두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A/S]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워킹맘 근무시간 단축’ 글을 올린 다음날인 18일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정책포럼에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히며 부모 모두의 노동시간 단축을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에 특별히 더하고 싶은 것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 또는 부모는 적어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근무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임금 감소 없이 단축하고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