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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이비 언론’은 어디?

[최진주의 미디어나우]

기사등록 : 2015.10.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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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의 미디어나우]

게티이미지뱅크

“또 4년 전 일을 끄집어냈네요. 대주주 이름 넣고, 사진 대문짝만하게 박고…”

경제산업부 출입 당시 기업 홍보담당자를 만나면 자주 들었던 하소연이다. 상당수 인터넷 매체들이 ‘유사언론’ 또는 ‘사이비 언론’이라 불릴 만한 행위를 하고 있어 고통스럽다는 얘기였다.



이들에 따르면 유사언론 행위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이 “날 봐주세요” 유형이다.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 대주주 일가가 행했던 과거의 잘못을 다시 쓰면서 제목에 반드시 CEO나 대주주의 이름을 넣고 사진을 붙이는 방식이다. CEO나 대주주가 포털에 자기 이름을 넣고 검색하는 습관이 있으며, 그러다 이런 기사를 발견하면 홍보실에 연락하는 업체에 특히 효과가 있다.

검색에 민감한 CEO나 대주주를 모시고 있는 홍보실에서는 이 기사를 ‘포털에서 검색 안 되도록 내리기 위해’ 종종 건당 수백만원의 광고협찬비를 집행한다. 한 홍보 담당자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살아가는 인터넷 매체 중에는 기자의 광고 요구가 성공하면 금액의 최고 30%를 인센티브로 지불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내가 쓸 거다” 유형이다. 단독으로 고발 기사를 쓸 아이템을 잡았는데 기사를 쓰지 않고 전화부터 거는 경우이다. B2B기업보다는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평판이 중요한 B2C 기업에 특히 효과가 있다. 수년 전 유명 식품업체에 한 인터넷매체 기자가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쌀이 3년 묵은 쌀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연락한 적이 있다. 묵은 쌀을 쓰는 것이 안전 등에서 문제되는 행위는 전혀 아니지만 제품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쓰지 않을 테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달라는 요구였다. 해당 기업은 결국 “쓸 테면 쓰라”며 제안을 거부했다.

사이비 언론으로 인한 폐해가 상당하다 보니 소규모 인터넷 매체를 폐간시켜버리자는 법안까지 나왔다. “5인 이상의 상근기자를 실제로 고용하고 있는 언론사”로 인터넷신문사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법 개정안이다.

기업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이해는 가지만 이 법은 사실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유사언론 행위를 반복적으로 한 매체들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 조치는 그렇지 않은 매체도 단순히 기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모두 등록을 취소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5명 이하 인터넷 매체라 하더라도 언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실제로 1인 매체인데도 주요 현장을 직접 취재하여 영상을 올리는 독립 저널리스트도 있고 뛰어난 분석력을 발휘하는 블로거도 있다. 요즘처럼 대규모 언론사의 매출에서 광고 비중이 높은 때, 몸집이 작은 매체가 더 독립적으로 보도할 수도 있다.

인터넷 시대가 아닌 종이신문 시대에도 사이비 언론 행위는 있었다. 특히 지방지에서 지방 행정이나 건설사 등의 비리를 미끼로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해당 신문사와 기자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뿐 ‘몇 명 이하 기자를 고용한 소규모 지방지를 없애버리자’는 식의 해법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사이비 언론이 모두 소규모 매체인 것도 아니다. 유사언론의 폐해에 대해 홍보담당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래도 가장 심한 건 OO일보죠”라는 말이 돌아온다. 실제로 광고주협회가 꼽은 ‘유사언론’ 순위에 든 매체들을 보면 대부분 5명 이상 기자를 보유한 언론이다.

드물지만 대주주 측에서 이런 기사에 초연한 곳도 있다. 한 기업에선 대주주에게 “요즘 이 매체에 이런 기사가 나는 것은 굳이 흠집을 잡아 광고 협찬금을 달라고 하기 위해서다”라고 보고하면 “그런 요구에 응할 필요 없다”는 지시를 받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복되면 싸움을 거는 쪽도 다른 상대를 찾기 마련이다. 또한 유사언론으로부터 협박을 받았을 경우 이 사실을 알리면 포털의 차기 검색제휴 심사 시 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사이비 언론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이비 언론에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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