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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예약됐다”고 환호성 지르는 연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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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예약됐다”고 환호성 지르는 연말 밤

입력
2015.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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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 승차 거부행위 올해도 극심

심야에 1~2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

카카오 택시도 “연결 안됨” 표시만

“대목이라…” 장거리 승객 골라 태워

고령 기사들 심야 운행 기피도 원인

“시내버스 연장 등 임시방편에 불과”

18일 밤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지인들과 송년회를 가진 회사원 김모(39)씨는 택시를 잡지 못해 2시간 동안 길에서 떨어야 했다. 도로 곳곳은 손님을 골라 태우려는 택시들과 추위에 떨며 택시 기사와 실랑이하는 취객들로 가득했다. 콜 택시업체는 통화조차 되지 않았고, 일명 ‘나라시’로 불리는 불법 영업 자가용에 몸을 싣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술에 취한 일부 취객들이 비틀거리며 2차선까지 나와 택시를 부르는 위태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 탄 김씨는 22일 “10여분 정도 걸리는 청담동 집까지 요금을 두 배로 준다고 해도 소용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주말이면 많은 인파가 모이는 마포구 홍익대 부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일 오전 2시쯤 느지막이 자리를 마친 회사원 양모(25ㆍ여)씨는 카카오택시 예약을 시도해 100여대 이상의 택시를 호출했지만 휴대폰에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표시만 계

속 떴다. 옆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택시 예약이 됐다”며 환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양씨는 집 방향인 합정역 쪽으로 30여분을 걷다가 운 좋게 자신 앞에서 승객을 내리는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각종 모임이 집중된 연말ㆍ연시를 맞아 또다시 ‘택시 잡기’ 전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귀가를 위해 1, 2시간 택시를 기다리는 것은 기본. 일부 직장인은 아예 택시 승차를 포기하고 찜질방 등 숙박 시설에서 잠을 잔 뒤 바로 회사로 출근하기도 한다. 택시 승차거부로 인한 민원도 이 시기에 집중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민신문고와 120콜센터 등에 접수된 민원 1만4,342건을 분석한 결과, 승차거부 민원은 12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과 2013년 12월 민원 건수는 각각 757건, 553건으로 평균 300~400건의 민원이 제기되는 다른 달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승차거부 시간도 0시~오전 2시(26.0%), 오후 10시~0시(21.8%) 등 귀가가 몰리는 심야시간 대에 47.9%가 집중됐다.

유독 연말 늦은 시간에 승차거부가 잦은 것은 대목을 노려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기사들이 많고, 개인택시 운전자들도 고령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시간씩 2교대로 운행하는 회사 택시 소속 기사들은 승객을 가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오후 4시에 나와 이튿날 오전 4시에 퇴근하는 오후 근무조는 사납금으로 14만원을 회사에 납부하고 추가 소득을 기사가 갖는 구조다. 기본급 외에 100만원가량을 더 버는 다른 달과 달리 장거리 수요가 많은 12월에는 목돈벌이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 택시기사 전모(53)씨는 “며칠 전 6시간만 일했는데도 22만원을 벌었다”며 “장거리 손님이 많은데 아무나 받으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령의 개인택시 운전자가 심야 운행을 기피하는 것도 공급 부족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0시~오전 2시 개인택시 4만9,377대의 운행률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월 20일 근무일수 중 이 시간대에 하루도 운행하지 않은 차량이 1만5,261대(30.9%)였고, 5일 이하 5,199대(10.5%), 5~10일 5,192대(10.5%) 등이었다. 개인택시 절반이 10일 정도는 해당 시간대에 운행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운전자의 연령대가 높아져 심야 운행 택시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개인택시 운전자 4만9,359명(7월 기준)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1만6,170명으로 전체의 32.8%나 됐다.

서울시는 택시난 해소를 위해 21~31일 개인택시 근무시간을 0시로 앞당기고 강남과 종로 일대, 홍대입구 근처 등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운행 시간을 오전 1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행 택시 공급량을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내년 초 특단의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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