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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모자 보급에 “엎드려 절 받기” 뿔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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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모자 보급에 “엎드려 절 받기” 뿔난 부모들

입력
2017.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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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지진때 시청 어린이집만 지진모자 착용

비판 여론 일자 부랴부랴 2만개 제작 결정

경주시가 2만개를 제작 보급예정인 지진 방재모자.
경주시가 2만개를 제작 보급예정인 지진 방재모자.

지난해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에서 ‘지진 모자’가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보급되면서 학부모들이 혀를 차고 있다.

경주시는 최근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진 방재용 모자 2만개 제작을 결정했다. 지진모자는 경주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장애인시설 등 재난취약시설에서 지진 발생 시 유아와 어린이, 원생들의 머리를 보호하는 용도다.

이 모자는 평상시에는 의자에 방석과 등받이 용도로 사용하다가 지진 발생 등 유사시 머리에 모자처럼 착용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를 보는 학부형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난 15일 경주시청 부설 어린이집 원생들이 노란색 지진모자를 쓰고 대피하는 모습이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왜 시청 어린이집 원생들만 지진모자를 쓰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주시 측은 “경주시 안전문화운동 예산 175만원으로 지진모자 100개를 구입해서 지난달 재난대응 안전훈련에서 사용한 후 시청 어린이집에 비치했다”고 해명했으나 “예산으로 구입한 지진모자가 시청 어린이집에만 비치된 것은 옳지 않다”는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최양식 경주시장은 지난 18일 예산 2억원을 들여 경주지역 전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물론 장애인시설까지 지진모자 2만개를 확대 보급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가 시민여론을 빨리 받아들였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여론 잠재우기 식 땜질 대응”이라는 비난도 여전하다.

특히 일부 경주지역 학부모들은 지진모자 논란을 계기로 예산사용의 적정성과 형평성 등 지난해 9ㆍ12 지진 발생 후 경주시 방재대책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주 아이맘 카페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시민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단지 지진모자 때문이 아니라 큰 지진 후 경주시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분출된 것”이라며 “지난해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경주가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지만 방재물품 보급 확대와 모의훈련 등 재난 상황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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