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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한미군 감축 대가 북핵동결” 협상 제안… 미국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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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한미군 감축 대가 북핵동결” 협상 제안… 미국은 거부

입력
2017.06.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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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첫 안보대화

美, 北 핵동결 주장 함정 판단

“中, 한국과 북핵 조건 조율”

한국 2단계 해법 거부 가능성

“유엔 대북제재 기업 거래 금지”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참석자들이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참석자들이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대가로 북한 핵ㆍ미사일 동결 협상을 하자’는 중국 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대화하기에 앞서 문재인 정부와 이런 맞교환 조건을 조율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북 압박을 완화하는 모든 제안을 거부할 것으로 전해져 29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이견이 도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NYT에 따르면 미 정부 관계자들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핵을 동결하겠다”는 북한의 언급 자체를 ‘함정(trap)’으로 여기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핵 동결을 위한 대화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북핵 동결 절차를 밟았으나 조지 W 부시 정부 초기 폐기됐고, 다시 부시 전 대통령 임기 말 원자로 부분 해체 등 협상이 진행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자 북한은 대화를 중단했다. 이런 이유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올해 초 방한 시 북핵 동결 제안을 받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20일 미 cbs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핵ㆍ미사일 동결→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라는 2단계 해법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백악관 관리들은 북한에 군사적ㆍ경제적 압박 완화를 필요로 하는 어떤 제안에도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이날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두 나라 기업들이 유엔이 제재대상에 올린 북한 기업들과 거래하지 못 하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유엔제재 기업과의 거래금지에 합의한 것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을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지정해 제재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강한 압박 때문으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해법을 전적으로 충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북한을 동북아시아의 가장 시급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완벽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CVI)’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기존 원칙도 재확인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 즉각 불법적인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대화가 미중이 대북공조를 변함없이 이어간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해 움직이도록 한 만큼 실효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중국은 정면충돌을 피한 것만으로 한숨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의 독자해결에 나서고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할 경우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중국 스스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발사 등 다시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과의 갈등은 언제든 표면화할 수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11월 제19차 공산당대회 이후 북핵 문제 해법으로 ‘폐기’ 대신 ‘동결’을 본격 주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아울러 이날 협상단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철수를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핵 동결 맞교환 및 기업 제재 관련 내용은 공지하지 않아 첫 대화부터 미국과 대결 구도로 비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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