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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훌쩍 큰 샤이니, 정체성 찾은 앨범 'Odd'

입력
2015.06.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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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는 한국의 어떤 남자 아이돌 그룹들과도 다르다. 그들은 뮤직비디오 속에서 여자의 손을 억지로 붙잡지도, 벽에 밀치지도, 상대가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는 남자의 터프함으로 묘사되곤 하는 공격성이 없다. 대신 이번 앨범 [Odd]의 'Love sick'처럼 '넌 꽃이야 초록빛 잎사귀 적셔온 빗물 널 마시고 느끼고 뭘 해도 목말라'며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민호가 콘서트에서 선명한 복근을 드러내도, [Odd]의 타이틀 곡 'View'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성들에게 납치 당하는 입장이다. 여성 중 한 명은 민호 앞에서 등을 돌린 채 상의를 갈아입는다. 남녀가 함께 있지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여자고, 그들은 샤이니를 그들만의 공간에 데려가 춤과 노래를 감상한다. 여자들은 뒷 모습만 화면에 잠깐 걸린 채 샤이니가 춤을 추면서, '너무 아름다운-다운-다운-다운 View'라는 'View'의 가사는 샤이니가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상대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샤이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

여자가 어떤 긴장이나 위험성도 없이 너무 아름다운 view를 가진 남자들을 바라보고, 함께 놀 수 있다. 이것은 여자가 현실의 남자에게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판타지의 극단이고, 샤이니는 아마도 현재 전 세계에서 이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돌 그룹이다. 이성에게 '누난 너무 예뻐'라며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수줍은 소년으로 데뷔했고, '줄리엣'이나 '셜록'에서 격한 퍼포먼스를 해도 '영혼을 바칠게요'라고 맹세하거나 ('줄리엣') '네가 원한 것이 뭔가'('셜록') 고민했다. [Odd]는 샤이니의 근본적인 정체성 자체를 콘셉트로 만들었다. 그들은 '누난 너무 예뻐'처럼 각자 다른 일상의 옷을 입은 채, 샤이니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난 너무 예뻐'의 소년들이 7년 후 'Love sick'에서 첫 만남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동생 같다 내게 장난만 하던 네가 변해서 이젠 내 여자가 됐어'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샤이니는 단지 시작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그들은 'Love sick'에서 '누난 너무 예뻐'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Trigger'에서 '이 밤의 루시퍼'와 'Black hole'에서 '깨어날 수 없는 Dream인 걸'로 과거의 곡들을 거론한다.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를 때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그들의 음악적 성격과 '샤이'한 소년의 콘셉트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부여한 것이었다. 그러나 7년 후 'View'에서 '저 하늘을 곱게 접는 이 바다를 병에 담는 시간도 편히 걷는 꿈들을 이뤄'라며 곱고 섬세한 감수성을 표현한 작사가는 종현이다. '누난 너무 예뻐'와 '루시퍼'와 'Dream girl'을 거쳐 'View'에 도달하는 사이, 그들은 소속사가 부여했던 콘셉트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Odd] 속 샤이니의 모습은 멤버들이 7년간 스스로 쌓은 샤이니의 그 색깔이 없으면 성립 불가능하다. 'View'의 1절은 태민-온유-키-종현의 순서로 이어진다. 막내로 시작한 노래는 팀에서 가장 맑은 목소리의 멤버로, 보다 색깔있고 성인 남성의 목소리를 가진 멤버의 목소리로 이어지며 클라이막스로 다가선다. 클라이막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샤이니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밝고 풍성한 화음이고, 무대에서는 복잡한 대형 이동이나 큰 움직임 대신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팔의 관절들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군무를 보여준다. 키가 '보이기 시작한 음의 색도 예민해진 걸 느껴'를 부를 때 그는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동작을 보여주고, 조금씩 커지는 손짓은 후렴구에 이르러서야 팔을 일자로 쭉 펴거나 어깨와 골반 관절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으로 바뀐다. 청량한 팝이 사랑의 크기 대신 섬세한 표현에 집중한 가사와 안무와 결합했고, 그 결과 다른 남자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아이돌의 그림이 그려진다.

'Odd eye'-'Love sick'-'View'로 이어지는 앨범의 첫 세곡은 샤이니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각각의 곡은 물론 세 곡에 걸쳐, 리듬이 천천히 빨라지면서 분위기를 고조 시킨다. 'Odd eye'는 후렴구를 마치 샘플링처럼 반복하면서 한 곡 전체를 멤버들 각각의 목소리를 개별적으로 강조한다. 앨범으로 들을 때 심플한 리듬으로 시작하는 'Love sick'이 더욱 인상적인 것은 'Odd eye'가 끝까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Love sick' 역시 감정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대신 기분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서 마무리한다.'View'는 이 두 곡이 지난 뒤에야 나오고, 천천히 감정을 쌓은 뒤 등장한 타이틀곡은 섬세한 표현만으로도 듣는 사람에게 강한 몰입을 선사한다. 세 곡에 걸쳐 그룹의 정체성은 천천히 선명해지고, 샤이니는 드디어 '컨템퍼러리'라 할 수 있는 음악들 안에서 그들 그대로의 모습으로 퍼포먼스를 완성한다. 'View'는 샤이니가 부르지 않았다면 클럽에서 듣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렉트로니카고, 'Love sick'은 문자 그대로 팝이다. 그러나 샤이니는 두 곡도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처럼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군무를 춘다.

SM이 부여한 샤이니라는 이름과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음악적인 성격, 연상의 여자에게 웃으며 다가서는 데뷔은 그들의 색깔을 순식간에 규정했다. 그러나 '누난 너무 예뻐' 뒤에는 보다 강렬한 퍼포먼스를 내세운 '아미고'가 있었다. 그 뒤에는 '링딩동', '루시퍼', '셜록'처럼 격렬한 퍼포먼스를 위해 설계된 곡을 소화했다. 남자 아이돌 시장에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퍼포먼스는 필수 요소나 다름 없었고, 그들의 소속사는 SMP(SM Music Performance)라는 퍼포먼스를 위한 장르를 만들만큼 퍼포먼스를 중시했다. 아직 샤이니의 팝적인 요소와 SMP의 특성을 공존시킬 노하우가 없던 회사는 샤이니에게 매번 도전을 시키듯 새로운 콘셉트와 캐릭터를 연기하게 했다. 탐정, 좀비, 또는 제복을 입은 인형을 연기한다. 샤이니의 곡 중 경쾌한 곡과 퍼포먼스가 균형을 이뤘던 'Dream girl'역시 슈트입은 댄디한 남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안무의 복잡한 동선과 상당한 활동량을 가린 결과였다. 'Everybody'는 샤이니의 정체성과 샤이니가 보여줘야할 것 사이의 딜레마를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노래는 경쾌한 팝이었지만, 무대 위의 그들은 제복을 입은 채 복잡하고 격렬한 군무를 가히 기계적인 완성도로 보여줬다. 멤버들의 실력은 언제나 뛰어났고, 결과물의 완성도 역시 때로는 경이적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동시에 유니크했다. 그러나 샤이니의 정체성을 어떻게 음악과 퍼포먼스로 담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명쾌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Odd]에서 샤이니는 스스로 그들이 어떤 그룹인지 알고 있고, 자신들의 개성을 음악 안에 집어 넣는다. [Odd]의 정서적인 톤을 잡아주는 'Odd eye'부터가 종현의 작사/작곡이다. 동시에 SM은 샤이니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세 곡에 걸쳐 천천히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선택을 했고, 일반적인 장르 안에서 퍼포먼스가 가능한 음악들을 설계한다. 'Love sick'의 1절은 A-B-C-D 구성이라 해도 좋을 만큼 멤버의 목소리가 바뀔 때 마다 멜로디가 바뀐다. 그만큼 곡은 단계적으로 변하면서 각자의 음색을 부각시키고, 이 과정을 거쳐 천천히 등장한 클라이막스는 격렬한 사랑의 감정 대신 화음을 통해 기쁨으로 공중에 살짝 뜬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연출한다. 이것은 SM의 새로운 원천기술이라 할만 하다. 엑소의 '으르렁'에서 뉴 잭 스윙 안에 아이돌의 특성을 녹인 것을 넘어, 그들은 샤이니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팀의 캐릭터마저 팝의 범위 내에서 표현할 수 있다. 가리온의 MC메타가 랩을 쓴 'Alive'는 물론 자신이 랩을 쓴 '이별의 길'에서도 민호의 랩은 과거와 달리 힙합 스타일의 바운스를 유지한다. 이전의 SM의 곡에서 랩은 곡의 분위기에 맞춘, 그 자체가 또다른 장르라고 해야할 이른바 '가요 랩'이었다면, 종현의 솔로 곡 'Crazy'에서는 래퍼 아이언이 피처링을 하면서 대중적인 장르를 그들의 세계로 받아들였고, 이제는 샤이니의 노래 안에서 그런 요소들을 융합시킨다.

앞의 세 곡을 지나 'Romance'-'Trigger'-'이별의 길'-'너의 노래가 되어'로 이어지는 [Odd]의 중반부는 SM이 여러? 장르를 샤이니의 색깔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통합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틴 리듬을 집어 넣은 'Romace', 힙합 스타일의 비트를 넣은 'Trigger', 발라드의 분위기에 살짝 R&B적인 느낌을 집어넣은 '이별의 길', 차분한 발라드 '너의 노래가 되어' 등 네 곡은 장르와 분위기가 각각 다르다. 타이틀 곡으로 팀의 캐릭터를 선보이고, 앨범 수록곡에서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앨범 구매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은 산업 표준이라 할 만큼 아이돌 그룹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또한 네 곡은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고, 이별하고, 그리워하는 사랑의 과정을 보여주며 로맨스에 대한 팬들의 판타지를 채워준다. 그러나 'Trigger'와 역시 강한 비트를 앞세운 'Alive'의 하이라이트는 결국 샤이니의 화음이다. 'Alive'의 후렴구는 엇박의 바운스로 구성돼 있지만, 샤이니는 그것마저 그들의 화음으로 해결하고, '니가 빛날 때'를 부를 때처럼 이 비트 위에 서정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Romance'에서는 라틴 리듬으로 시작한 곡에 그들의 화음이 더해지면서 'Love sick'처럼 상쾌한 분위기의 사랑 노래를 위한 것이 된다. [Odd]는 후렴구뿐만 아니라 노래 곳곳에 화음을 여섯번째 멤버처럼 사용하며 모든 스타일의 곡에 샤이니의 느낌을 불어 넣는다. 재즈로 시작해 타령같은 멜로디마저 섞는 'Woof woof'가 장르적인 특성만 부각되지 않고 '정말 난 시간 많은데 강아지 좋아하니? 이리 와 놀자'같은 가사처럼 샤이니식의 노는 노래가 되는 것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든 샤이니의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화음 때문이다. 샤이니가 매번 'Love sick'이나 'View'같은 노래만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샤이니와 SM은 모두 그들의 정체성을 다양한 음악, 특히 지금 대중적인 음악에 섞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샤이니는 물론, SM에게도 새로운 시절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 성취는 오랜 시간동안 쌓였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스템이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샤이니가 그들의 정체성을 음악 안에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겪은 경험과 발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Odd]의 초반 세 곡처럼 샤이니 특유의 정서를 천천히 쌓아갈 수 있는 것은 그런 곡들을 회사와 뮤지션이 요구하는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하다. 켄지처럼 SM에 오랫동안 있었던 뮤지션과 다수의 해외 뮤지션들, 또는 디즈 같은 뮤지션들이 다른 뮤지션들과 공동으로 작곡과 편곡을 한다. 이것은 SM이 지난 몇 년 구축한 '라이팅 캠프'의 결과물이다. 초대를 받은 다양한 성향의 뮤지션들이 SM의 스튜디오에 모여 서로의 결과물을 결합하고, SM의 A&R팀은 거기서 각각의 팀에 맞게 곡을 조정한다. [Odd]는 그 시스템이 샤이니처럼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팀과 만났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결과물이다. 샤이니도, SM도 샤이니가 어떤 팀인지 정확히 안 상태에서 다양한 뮤지션들이 결합해 샤이니의 정체성을 정교하고 선명하게 표현한다.

또한 SM의 비주얼&아트 디렉터 민희진 실장이 주도하는 샤이니의 비쥬얼은 그들의 정체성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불어 넣는다. 샤이니가 그들의 팬에게 '아름다운 view'가 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View'의 뮤직비디오에서 사실상 판타지의 공간이라 해도 좋을 장소의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이 공간 안에서 여자들과 함께 놀며 완벽한 판타지로서의 존재가 되고, 이것은 뮤직비디오 속 여자들이 현실에서 스타인 그들을 납치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스타로서의 현실은 흑백으로 표현되고, 납치 당한 뒤 '예민 해진 것'을 느낀 뒤에는 밝고 화사한 판타지가 펼쳐진다. 현실 속의 샤이니와 팬들의 마음 속에 있는 판타지로서의 샤이니가 중첩되면서, 납치 당한 뒤 샤이니는 실제 샤이니의 멤버들과도 다른 완벽한 판타지로서의 아이돌이 된다. SM의 A&R이 고유의 시스템 안에서 샤이니를 해석했다면, 민희진 실장은 샤이니가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판타지를 새롭게 창조하면서 아이돌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더욱 정교하고 화려하게 구축한다.

샤이니의 시작은 분명히 SM이 기획한 또 하나의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와 다른 그룹을 만들자는 발상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SM이 기획한 틀 안에서 샤이니는 성장하며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갔고, SM의 스태프들, 더 나아가서는 외부의 뮤지션들도 각자의 관점에서 샤이니를 해석했다. 그리고, 그 해석들을 집대성한 [Odd]의 결과물은 어떤 위험한 느낌도 없이, 환상의 공간 안에서 나와 함께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돌을 눈과 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이것은 남자 아이돌, 또는 보이 밴드의 한가지 궁극적인 원형이고, 샤이니는 그것이 곧 자신들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Odd]는 SM의 오랜 역사가 만들어낸 아이돌의 궁극적인 지점인 동시에 그들 스스로도 재현 불가능한 무엇이다. 샤이니 같은 그룹은 다시 기획할 수 있지만, [Odd]와 똑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는 없다. [Odd]는 회사가 설정한 팀의 성격을 성장한 멤버들이 팀의 진짜 정체성으로 만들고, 그들은 물론 음악과 비쥬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모두가 샤이니가 어떤 팀인가에 대한 거의 일치하는 해석이 가능할 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 회사가 만들어낸 아이돌이 스스로 자신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바로 그 회사의 시스템과 인력들과의 협업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정말로, 샤이니와 SM은 물론 한국 아이돌의 역사에 있어 한 정점이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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