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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폭탄주 10잔? 끄떡 없어요” 안철수의 주사(酒史)

입력
2017.09.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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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9일 전남 여수시 종포해양공원 낭만포차에서 여수지역 청년당원에게 술을 따르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9일 전남 여수시 종포해양공원 낭만포차에서 여수지역 청년당원에게 술을 따르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권으로 돌아온 뒤 내려놓았던 술잔을 연이어 들고 있습니다. 의사에서 사업가, 교수에서 대선 후보까지. 화려한 이력과 달리 안철수와 술은 큰 연관성이 없는 단어였는데요. 대선 패배와 비판 속에 복귀한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안 대표가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자 새삼 그의 주량과 과거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사석에서 자신의 주량을 “소주 한 병 정도는 충분히 마셨다. 양주도 제법 마시는데 잘 취하진 않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술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사업을 했던 시절에는 좋든 싫든 술 자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인데요. 특히 그는 “평소 조깅 등 운동을 자주 해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 술도 체력전 아니냐. 잘 안 마셔서 그렇지 작정하면 웬만한 사람만큼은 마실 것”이라며 여느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은근히 자신의 주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웃곤 했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간염 등 건강상 이유로 1999년 술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뒤, 안 대표를 두고 이른바 ‘룸싸롱 출입 의혹’이 시중에 돌았을 때도 그는 자신의 건강 문제 등의 팩트를 근거로 “어불성설”이라고 대처하기도 했었죠. 그는 이와 관련 기자에게 “결과적으로 누가 지라시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내 간 건강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준 게 돼 버렸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만난 안 대표는 수차례의 당 워크숍 등 행사와 개인적인 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만들어 건네긴 했지만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안 대표가 정치권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유일하게 확인된 사건은 2015년 연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이듬해 20대 총선을 준비할 무렵이 유일합니다. 당시 새로운 도전에 스트레스가 많았던 안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멘토이자 후원회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를 찾아 17년 만에 술을 한 잔 했는데요.

안철수 대표가 무소속 의원 시절이던 2013년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용 후원회장, 안 의원, 최장집 이사장, 장하성 소장. 손용석 기자
안철수 대표가 무소속 의원 시절이던 2013년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용 후원회장, 안 의원, 최장집 이사장, 장하성 소장. 손용석 기자

당시 독대를 했던 최 명예교수는 지난 4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는 안 대표가 남의 험담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그 날도 그랬다. 오히려 ‘스스로 단점이 많고 실패도 한다’고 고백을 했다”며 “다만,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고 회상한 바 있습니다. 이후 안 대표는 최 교수에게 “총선이 시작되면 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 전국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노원구민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고, 최 교수가 권한 위스키 한 잔을 안 대표가 조용히 마셨다고 합니다.

안 대표가 술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은 대선 이후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연이은 지적을 수긍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입니다. 최근 전문이 공개된 당 대선평가보고서도 안 대표의 대표적 단점을 ‘정치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개인주의적 경향’이라고 꼽았는데요. 타인과 술자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어울리지 않으려는 안 대표의 개인주의적 경향이 반정치적 이미지를 준 게 대선에서 정치적 한계로 작용했다는 의미였습니다.

여기에 국민의당 지지율이 이유미씨 제보 조작 사건 등으로 바닥을 치는 등 막다른 상황에 몰린 것도 안 대표의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게 당내 평가입니다. 그가 평소 즐겨 쓰는 “나부터 못 바꾸면서 어떻게 나라를 바꾸겠느냐”라는 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 혁신의 의지를 강조하려 했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협의회 간담회에 앞서 위원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협의회 간담회에 앞서 위원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술에 대한 안 대표의 변화된 모습은 최근 당 안팎에서 뚜렷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는 호남 중진들과 주 1회 이상 회동하는 등 원내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으며, 당 대표 선거 경쟁자였던 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과는 따로 만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외에도 호남과 대구ㆍ경북, 충청 지역 등에서의 민심 청취 과정에서 당원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당 출입기자들과 같은 날 점심ㆍ저녁 연속으로 식사 자리를 가지며 폭탄주를 총 10잔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는 당분간 술을 정치의 도구로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그는 폭탄주 10잔 마신 날의 기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저 (술에 잘) 안 취해요”라고 답한 뒤 “99년 이후, 못 먹는 것은 아닌데 안 먹다가 오랜만에 술을 마셨지만 크게 (주량이) 달라진 것 같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정치인으로, 술자리를 적극적인 대화의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인들이 어디 술을 마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야 하겠어요?”라고 반문하면서도 “저에게 술자리 스킨십 등 여러 부분이 부족하다고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부분이 있으니, 사실이든 아니든 고쳐야겠죠. 앞으로도 더 열심히 술자리를 가지고 노력할 겁니다”고 답했습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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