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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새 경찰청장이 알았으면 하는 세 가지

입력
2018.06.20 20: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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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찰청장에 내정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경찰청장에 내정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이철성 경찰청장 후임으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10년 넘게 수사권 조정 등 경찰 내 각종 현안에 이론가 역할을 도맡아온 인사다. 민 후보자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충분히 예상했고,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거기에는 현 정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과 관련한 역사와 맥락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경찰 개혁에 있어 현 정부와 잘 소통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 인정 받았다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만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초고속 승진이 눈에 밟힌다. 민 후보자가 치안감이었던 게 작년이었으니, 치안정감을 거쳐 최고계급인 치안총감까지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의 ‘꽃길’이 혹시나 ‘정권 코드에 자신과 조직을 맞춘 노력’의 대가가 아니었을까 의심하는 눈초리다.

조만간 열린 청문회만 거치면 민 후보자는 11만 명이 넘는 전국 경찰관의 수장이 된다. 혹독한(?) 검증이 예상되지만, 그 단계에서 낙마한 경우도 아직은 없다. 어차피 될 거라면 차기 경찰 수장에게 미리 3가지 정도 소소하게 당부를 전하고자 한다.

“들어라.” 민 후보자와 일했다는 한 중간 간부는 최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말 한마디 못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한 번 회의를 하면 몇 시간은 각오해야 한다”거나 “본인 생각을 말하는 데 대부분 회의 시간을 보낸다”는 등 불만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민 후보자에게는 ‘현장 경험 부족’의 꼬리표가 달려 있다. 전남 무안경찰서장, 서울 송파경찰서장을 제외하고 정책부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물론 그는 서서 보고를 받고 일하는 걸 즐긴다고 한다). 그만큼 현장의 얘기를 직접 들을 기회가 적었다. 이제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찾아 들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물어보자.” 대부분 이론가의 치명적인 약점은 ‘현실과 괴리된 책상머리 판단’이다. 이론은 이상과 원칙에 치우칠 때가 많다. 전쟁드라마 ‘밴드오브브라더스’의 윈터스 대위가 막 침투하고 복귀한 부하들에게 강 건너 적진을 또 다시 넘어가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면서 “했다고 보고를 할 테니 쉬어라”고 한 장면은 이들에겐 경을 쳐야 마땅할 얘기다. 듣기로는 민 후보자 역시나 원칙을 누구보다 중시한다고 한다. 원칙은 지켜지는 게 마땅하지만, 조직에는 원칙만큼이나 중요한 그들의 사정이 있다.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정을 물어본 뒤 솔직한 내심을 끄집어 내야 한다.

“현장이 바로 경찰이다.” 리더에겐 하고자 하는 일의 명분을 세우고, 착수할 타이밍을 찾는 능력이 필수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손과 발이 될 조직원 설득이다. 누군가는 정부가 마련한 밑그림이 곧 발표될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민 후보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수사 일선에서는 실제 ‘현장 패싱’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한다고 인정을 받은 만큼, 현장을 가장 잘 챙기고 이해한다는 청장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서류상 현장과 실제 현장이 천지 차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경찰청 9층 엘리베이터에 내려 청장실로 가다 보면 벽에 걸린 역대 경찰청장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지만, 괜한 호기심에 잠시 멈춰 설 때가 있다. 참모들이 청장실에 들어가면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고 블랙홀로 불렸다는 ○○○. 지금도 일선 경찰들이 역대 최악으로 꼽는다는 ○○○. 뇌물 받아서 감방 신세를 졌다는 ○○○ 등등. 저들 중에 과연 진심으로 경찰 역사에 자랑으로 내밀 청장은 몇이나 될까. 위만 바라보다 청장이 됐고, 위만 바라보며 조직 내부를 망가뜨린 청장은 또 얼마나 될까. 민 후보자는 나중에 어느 쪽이 될까, 지금으로선 짐작 못하겠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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