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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적자는 나지만 희귀 난치병 어린이 환자에게 희망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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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적자는 나지만 희귀 난치병 어린이 환자에게 희망 주겠다”

입력
2017.0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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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박영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은 “비록 어린이병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린이 환자가 정확하고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영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은 “비록 어린이병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린이 환자가 정확하고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원혜성(왼쪽 두 번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팀이 대동맥판막에 문제가 있는 태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원혜성(왼쪽 두 번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팀이 대동맥판막에 문제가 있는 태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병원이 있다. 어린이병원이다. 현재 전국 7개의 어린이병원이 모두 적자다. 진료수가가 어린이 환자 치료에 투입하는 인력과 시설, 장비를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9년 3월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도 마찬가지다. 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2015년에만 40억 원이 적자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최대 중환자실 운영, 국내 첫 소아전문응급센터 개소 등을 통해 의료의 질 향상에 힘써 온 박영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소아신장과 교수)을 만났다. 박 원장은 “정부의 관심과 노력으로 어린이 진료 수가가 많이 올라 병원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며 “당장 수가 현실화가 어려운 만큼 기부문화 활성화를 통해서라도 어린이병원의 공익적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질환의 치료 현황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숙련된 어린이 전문의도 같이 줄고, 기피 분야인 소아외과 의사는 더 찾기 힘들죠. 외상이나 급성기 질환은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수술할 숙련된 의사가 줄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죠. 게다가 고령산모와 쌍태아 출산이 늘면서 선천성 희귀 난치성 질환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전담 치료하는 병상과 의료진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소개하면.

“우리 병원 520여 의료진은 모두 ‘어린이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일이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어린이 치료에 최선을 다하면서, 연6,500건 넘는 고난도 수술을 해내고 있죠.

어려운 현실에서도 국내 최대인 83병상의 어린이중환자실(신생아중환자실 58병상, 소아중환자실 25병상)을 운영하며, 2010년 국내 처음으로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는 소아전문응급센터도 열었죠. 또한, 6개 전문센터(소아천식ㆍ아토피센터, 선천성심장병센터, 척추측만증센터, 태아치료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21개 전문 진료과, 특수검사실, 259개 어린이 전문병상도 갖췄죠.

어린이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집중치료시스템, 모니터시스템, 인공호흡기, 지속적 신장대체요법(CRRT),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등 첨단 의료장비도 갖췄습니다. 특히 여러 병을 동시에 앓는 어린이가 한 곳에서 다양한 분야 의료진에게 진료 받을 수 있게 했고, 연령에 맞는 맞춤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는 심장ㆍ콩팥 등 선천성 복합장기기형, 백혈병 등 소아암, 간ㆍ심장 등 장기이식, 희귀 유전 대사질환, 극소저체중 미숙아 등 중증과 희귀난치성 어린이 환자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최상의 치료하면서 ▦2011년 국내 최초 7개 다장기이식 성공 ▦2012년 저체중 미숙아 개심수술 성공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쌍태아 수혈증후군 레이저 치료 100례 ▦2015년 척추측만증 수술 1,000례 ▦2016년 태아 대동맥판막 풍선확장술 성공 등을 이뤄냈죠.”

-선천성 질환과 소아암 등 중증질환 치료에 앞장서는데.

“최근 고령 산모와 불임시술로 쌍태아가 늘면서 선천성 심장 기능 이상인 태아가 많아졌습니다. 태아치료센터는 태아에게 연 4,500건의 정밀초음파와 450건의 진단ㆍ치료를 했죠. 쌍태아수혈증후군 등을 태아내시경으로 정밀 진단해 130여 건의 레이저 치료를 했고, 특히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풍선확장술로 태아 선천성 대동맥판막협착증까지 치료에 성공했죠.

선천성심장병센터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과 치료에다 내과적 치료까지 더해 치료성공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암센터는 자체 소아암병동에 7개 무균 병상과 자체 조혈모세포실를 갖춰 골수ㆍ말초혈ㆍ제대혈을 이용한 동종ㆍ자가이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형이 절반만 일치하는 가족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이식을 독보적으로 성공해 공여자가 없는 소아암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소아간이식팀은 1994년부터 어린이 간부전 환자에게 320여 건의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죠.”

-어린이 환자에게 최소침습수술은.

“우리 선천성심장병센터는 기능적 단심실, 복장심장기형, 소아 심장이식 수술 등 연평균 800건 넘는 고난도 심장수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고 복잡한 어린이 심장을 3D 프린트로 환자 개별 심장모형으로 만들어 수술 시뮬레이션에 활용해 수술성공률을 높이고 있죠. 또한 신우요관이행부폐색증, 방광요관역류 등 어린이 비뇨기 질환도 통증과 불편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위해 로봇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1999년부터 소아외과에서 복강경으로 충수절제술과 난소 종양 적출술, 담낭 절제술, 총수 담관 낭종 절제술, 흉강경을 통한 횡격막 탈장 복원술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역을 늘리고 있습니다.”

-어린이는 병원을 무서워하기 마련인데.

“어린이 요정 ‘아루미’ 캐릭터를 만들어 어린이 환자가 병원을 겁내지 않고 편안히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아루미 캐릭터를 형상화한 아루미 베개를 만들어 수술을 앞둔 어린이 환자에게 무료로 나눠 줘 두려움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고 있죠.

또한 어린이 환자 안전을 위해 높은 안전 테두리에 안전패드까지 설치한 어린이용 이동식 침대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 안전성을 높였죠. 지난 2006년 8월에는 소아암병동에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학교’도 세워 정상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운 어린이 환자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있죠.”

-어린이 환자와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생아가 줄면서 숙련된 소아과 전문의도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소아과 전문의가 많습니다. 또한 최근 정부도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등을 지정해 어린이 환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리고 있고, 진료 수가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보 범람 속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부정확한 지식이나 경험을 믿지 말고 어린이 전문병원이나 경험 있는 소아 전문의에게 직접 상담하고 좋은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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