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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초콜릿 우유는 갈색 젖소가 만든다(?)’

입력
2017.06.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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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인의 7%가 초콜릿 우유가 갈색 젖소에서 저절로 나오는 우유로 알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한 홍보자료. 유튜브
미국 성인의 7%가 초콜릿 우유가 갈색 젖소에서 저절로 나오는 우유로 알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한 홍보자료. 유튜브

‘초콜릿 우유는 갈색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다.’ 실없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성인 100명 중 7명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도시화의 진전으로 농촌과 전원에서 격리된 인구가 늘어나면서, ‘초콜릿 우유=갈색 젖소’ 사례처럼 생명산업인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기본 상식마저 갖추지 못한 이른바 ‘농업 문맹자’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먹거리 재료인 농산물의 생산 및 유통에 대한 미국인의 이해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인 ‘푸드콥스(FoodCorps)‘가 캘리포니아 주 도시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즈 햄버거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학생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치즈와 고기 패티는 각각 우유와 쇠고기로부터 만들어진다’고 제대로 정답을 말한 비율은 72%와 56%로 그나마 높았다. 그러나 햄버거에 들어가는 피클 재료가 오이라고 맞힌 비율은 22%에 머물렀고, 햄버거 빵이 밀가루로 만들어진다고 답한 비율도 28%에 그쳤다.

또 농산물 유통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는 비율이 전무했다. 53%는 ‘농장에서 생산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유통 경로를 설명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아예 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푸드콥스의 세실리 업튼 대표는 “미국 청소년들은 음식이 상점에 가면 저절로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방 이해능력(Kitchen Literacy)‘을 지은 역사학자 앤 바일리시스도 미국인의 먹거리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몇 발자국이던 부엌과 경작지 사이의 거리(일명 푸드 마일리지)가 이제는 평균 1,500마일(2,400㎞)로 늘었다”며 “많은 미국인은 음식을 공업제품으로 이해할 뿐 음식의 원산지와 생산 과정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WP는 이런 ‘농업 문맹’이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고 잘못된 농업정책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먹거리 재료가 농장에서 재배된 뒤 다양하게 가공된다는 점만 제대로 알아도 아이들의 식생활이 크게 개선된다는 것이다. 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을 함께하는 미국 ‘유축농가(有畜農家)‘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유축농업협회(NIAA)’는 “농축산물을 공산품 정도로 취급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자연환경과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고유 특성을 무시한 잘못된 규제가 농업에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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