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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고 힘 넘치는…여름철 남도 보양음식 기행

입력
2017.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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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여름휴가 때 전라도 쪽으로 맛 여행을 가고 싶은데요, 무더운 여름 몸 보신하면서 둘러볼 수 있는 곳 좀 소개해주세요.

전북 고창 선운사 앞 풍천장어 요리
전북 고창 선운사 앞 풍천장어 요리

답변 : 여름휴가를 국내로 가신다니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전라도 여행에서 맛집은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죠. 전라도 어느 지역으로 가실지 모르지만 1박2일 기준으로 고창ㆍ영암ㆍ순천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담백하고 구수한 1등 스태미나 음식, 고창 풍천장어

숯불에 구워 나오기 때문에 먹기에도 편하다.
숯불에 구워 나오기 때문에 먹기에도 편하다.

처음 소개해드릴 곳은 전북 고창입니다. 고창하면 천년 고찰 선운사가 먼저 떠오릅니다. 선운사는 봄에는 동백 숲, 8~9월에는 꽃무릇(상사화)으로 유명한 곳이죠. 상사화는 잎과 꽃이 평생 동안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어떤 스님이 한 여인을 죽도록 사랑했는데 끝내 이루지 못하고 죽어서 꽃이 되었다나요. 선운사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까지 걸어가는 길은 한여름에도 청량함이 느껴집니다.

여름이니 구시포해변도 추천해드립니다. 아름다운 낙조까지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입니다. 서해안의 해변은 대부분 해수욕도 즐기고 낙조도 볼 수 있긴 합니다.

고창의 보양식은 단연 ‘풍천장어’입니다. 고창 풍천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선운사 앞 줄포만에서 잡히는 뱀장어입니다. 밀물 때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강으로 큰 바람까지 몰고 온다고 해서 ‘풍천’이라 하는데, 그런 곳에서 잡히는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합니다.

장어는 완전양식이 되지 않아요. 인공적으로 산란과 부화를 시킬 수 없기 때문이죠. 아직까지 실뱀장어를 잡아서 양식합니다. 민물에서 기른 장어를 몇 개월간 바닷물에서 키우기도 하는데, 이렇게 사료를 주지 않고 풍천에서 기르는 ‘갯벌풍천장어’는 더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양식 장어가 1㎏에 3만6,000원 정도인데 갯벌풍천장어는 5만원 정도 합니다.

고창 선운사 입구에 도착하면 온 천지가 장어집입니다. 식당마다 맛이 약간 다르지만 이 곳에서는 각자 구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숯불에 구워서 내옵니다. 메뉴를 보시면 보통장어ㆍ작은장어ㆍ갯벌장어 이런 식으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작은장어는 부드러운 맛이 있고, 보통장어는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제대로 된 풍천장어를 드시려면 비싸지만 갯벌장어를 추천해드립니다. 부수적으로 장어 뼈 튀김과 된장국, 도토리묵 등이 나오고 고창의 대표 술인 복분자주를 한 병씩 주기도 합니다.

미식가들은 일반 장어에 비해 풍천장어는 담백하고 구수하다고 합니다. 우선 비린 맛이 덜합니다. 저 같은 경우 일반 장어는 금방 질려서 1인분 이상 먹기 힘든데, 이곳에서는 2인분도 거뜬히 먹게 되더라고요. 풍천장어의 기름기는 식물성과 비슷한 불포화지방산인데 비타민A의 함량이 많아 여름철에 특히 좋다고 합니다. 5~6년이 된 장어에는 비타민A가 쇠고기보다 1,000배가 많고, 열량도 2배라고 하네요.

한우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면 힘이 불끈, 영암 갈낙탕

한우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 풍덩, 독천 갈낙탕
한우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 풍덩, 독천 갈낙탕
탱글탱글 낙지살에 침이 꿀꺽.
탱글탱글 낙지살에 침이 꿀꺽.
보기만해도 군침 도는 낙지꾸리.
보기만해도 군침 도는 낙지꾸리.

두 번째 여행지는 목포와 영암입니다. 영암에는 개인적으로 최고 멋진 산이라고 생각하는 월출산이 있습니다. 달이 뜨는 산, 이름이 너무 멋있지 않나요. 산세와 계곡도 굉장히 좋습니다. 노송과 대나무가 많아 여름철에 시원해서 추천해드립니다. 영암은 전라남도 여행의 중심입니다. 서쪽은 목포이고, 아래쪽에는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 동쪽에는 보성입니다. 영암 월출산 인근에 숙박하시면 전남 어느 지역이나 이동하기 좋습니다.

영암은 한 상 가득 차려 나오는 한정식 집도 많습니다. ‘한 상 한정식’은 방에 식탁이 없고 음식을 시키면 상 채로 들여오는 메뉴입니다. 소개해드릴 영암의 대표 보양식은 낙지입니다. 지쳐 스러진 소한테 낙지를 2~3마리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최고의 스태미나 음식입니다. 낙지에는 지방이 없고 타우린과 무기질, 아미노산이 많아서 피로회복과 자양강장에 그만이고 피를 맑게 해준다고 합니다.

낙지 음식은 무안의 세발낙지와 영암 독천마을의 ‘갈낙탕’이 유명합니다. 독천리는 한우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가 들어간 갈낙탕의 원조마을입니다. 지금은 전국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죠. 마을도로 좌우로 모두 낙지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우 갈비로 국물을 낸 갈낙탕 한 그릇이면 올 여름은 잘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전라도에서는 ‘살림 축나는 줄 모르는 별미 갈낙탕’이라고 자랑할 정도로 기력이 쇠했을 때 꼭 먹는 보양식이라고 합니다.

갈낙탕뿐 아니라 다른 메뉴를 봐도 힘이 솟아요. 낙지구이 또는 낙지꾸리라고 들어보셨죠? 나무젓가락에 낙지를 돌려서 붙인 다음 양념을 발라 구워서 내오는 방식입니다. 산낙지ㆍ낙지초무침ㆍ연포탕ㆍ낙지데침ㆍ세발낙지 등도 군침이 돌죠.

못생겨도 맛과 영양은 최고, 순천ㆍ강진 짱뚱어탕

동해회관 짱뚱어탕
동해회관 짱뚱어탕
갯벌을 돌아다니는 못생긴 짱뚱어
갯벌을 돌아다니는 못생긴 짱뚱어

마지막으로 순천을 소개해 드릴게요. 요즘은 순천만 국가정원이 많이 알려졌지만, 원래는 자연 그대로의 습지인 대대포구가 훨씬 유명한 곳이죠. 순천만정원만 생각지 마시고 대대포구 갈대밭길도 꼭 가시기 바랍니다. 갈대밭길과 순천만정원은 입장권 하나로 들어갈 수 있으니 티켓을 버리시면 안됩니다. 갈대밭길엔 데크를 설치해 산책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또 대대포구에서 탐사선을 타면 순천만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갈대밭길 최고의 포인트는 용산전망대입니다. S라인 순천만 물길과 칠면초 군락지의 조화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풍경입니다. 칠면초는 갯벌에 자라는 풀인데 칠면조처럼 색이 여러 번 변한다 해서 이렇게 부릅니다.

순천의 보양식은 바로 갯벌에서 자라는 짱뚱어입니다. 물이 빠졌을 때 갯벌로 나와 기어 다니면서 먹이를 먹고 물이 차면 구멍을 파고 숨어 사는 물고기인데, 정말 웃기게 생겼습니다. 눈알이 이마에 붙어 있어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볼록할 철(凸), 눈 목(目)자를 써서 철목어라고 했답니다. 물 빠진 갯벌을 활보하는 것도 신기한데, 그물을 피해 다녀서 홀치기 낚시로 잡습니다.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는 녀석이어서 ‘잠둥어’라 부르기도 합니다. 겨울잠을 자는 한 달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몸 안의 영양분으로 버티기 때문에 스태미나 음식으로 칩니다. 혈압과 변비, 당뇨에 좋고 칼륨과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두뇌활동에도 좋다고 합니다.

짱뚱어 식당은 순천에서 가까운 강진의 ‘동해회관’을 추천합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매일 아침마다 짱뚱어를 잡으러 가기 때문에 통화는 힘들어요. 짱뚱어탕만 파는 곳인데, 장어보다 훨씬 몸에 좋다고 일본사람들도 엄청 온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신다는 가정 하에 고창~목포~영암~순천 순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올 여름휴가 때는 남도에서 좋은 거 많이 드시고 몸보신까지 하고 오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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