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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집단성폭행 재판부 “사람이 할 수 없는 짓…”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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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집단성폭행 재판부 “사람이 할 수 없는 짓…” 격노

입력
2017.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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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형량 높여 최대 징역 7년

“정말 기록을 읽으면 분노가 치밀어서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를 생각했다.”

22일 열린 ‘여중생 집단성폭행’사건 재판을 진행하던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함상훈)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사건기록과 재판심리 기록을 살펴보며 한참을 굳은 표정으로 있던 재판부는 입을 뗐다. “피고인들이 줄을 서서 강간하려 기다렸다는 대목을 보니 일본군 위안부 생각이 났다. 몇 십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날은 한모(22)씨 등 피고인들이 고교생이던 2011년 9월 초, 당시 여중생인 A양과 B양을 학교 뒷산으로 불러내 번갈아 성폭행한 사건의 항소심 선고일이었다. 당시 한씨 등 11명은 두 여학생이 술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한 뒤 협박해 서울 도봉구의 한 산속에서 피해자들에게 범죄를 저질렀다. 1차 범행이 있은 지 8일 후엔 한씨 등 22명이 피해 여학생들을 같은 장소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그 중 6명이 정신을 잃은 A, B양을 집단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범죄는 사건 발생 후 5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고, 1심에선 한씨는 징역7년 정모(21)씨는 징역6년, 김모(22)씨와 박모(21)씨는 징역 5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항소심을 심리하며 느낀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당시 17살에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자기보다도 어린 여중생을 심야에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산속으로 끌고 가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강간했다”며 입을 뗐다. 이어 “한 피해자는 몇 달간 집을 못나갔고 결국 학교를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하려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한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7년을, 정씨와 김씨와 박씨에게는 1심보다 1년씩 는 징역 7년ㆍ6년ㆍ6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던 다른 2명 가운데 1명은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다른 1명은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성인이었다면 훨씬 더 중한 형을 선고했겠지만 소년이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선고된 5명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엄중히 꾸짖었다. 재판부는 “무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고, 말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먹으면 다냐”며 “그게 사람이냐,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 생각해보라”고 질책했다.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보던 일부 피고인들의 부모들은 재판부 결정에 반발했다. 한 남성은 “아니 어떻게 형이 늘어날 수 있느냐”고 소리쳤고, 한 여성은 “재판장님 너무 하신 거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에 진행된 1심 선고 때도 피고인 가족들 중 일부는 판결결과에 항의하며 욕설을 내뱉는 행태를 보였다.

이 사건은 2012년 8월 도봉경찰서가 다른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다가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다른 피의자 11명은 군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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