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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K팝] 기량 입증한 샤이니, 새 앨범서 청춘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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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K팝] 기량 입증한 샤이니, 새 앨범서 청춘 즐겨

입력
2015.05.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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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의 신곡 ‘뷰’의 뮤직비디오는 지금까지 SM엔터테인먼트가 보여준 세계와 다르다. 샤이니는 안무를 보여줄 무대 세트를 벗어나 남국의 거리로 나간다. 이 열린 공간에서 불안과 방황, 유혹과 일탈을 펼친다. 이국적 퇴폐미로 감싸진 청춘물이라고 할까.

이 공간은 별세계다. 남미풍 소녀들이 뛰노는 거리에 굳이 태국어 간판을 노출하며 이곳이 ‘어떤 곳’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곳’임을 내비친다. 화면 비율을 바꾸기 위한 뮤직비디오의 테두리가 통상적인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으로 칠해진 것 또한 환상세계로 통하는 창문으로서 기능한다. 현실과의 접점은 지나가는 차의 눈치를 보는 태민, 휴대폰 카메라를 거칠게 거부하는 종현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곧 샤이니 멤버들이 스타라는 점뿐이다.

‘뷰’가 수록된 정규앨범 ‘오드(Odd)’는 마치 콘서트를 보는 듯한 구성이다. ‘오드 아이’의 은근한 오프닝 이후 초반 네 곡은 우아하면서도 상쾌하다. 서정적인 ‘이별의 길’과 ‘너의 노래가 되어’로 콘서트 중반을 연출하고, ‘우프 우프’는 노골적으로 관중의 환호를 삽입한다. 화사한 고백송 ‘블랙 홀’이 아이돌 콘서트의 엔딩 분위기를 내고 난 후 마지막 곡 스케일 큰 발라드 ‘재연’은 아예 부제가 ‘앙코르’다.

그러나 이 콘서트에는 ‘루시퍼’ ‘셜록’ ‘에브리바디’ 같은 뜨거운 역동성이 배제돼 있다. K팝다운 복잡한 구조와 묵직한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은 ‘트리거’와 ‘얼라이브’ 정도다. 타이틀곡 ‘뷰’는 특히 그렇다. 곡은 선명한 멜로디보다 사운드와 구조를 중심에 두며 딥하우스 장르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결과 역동성보다는 유려함이, 폭발력보다는 패셔너블함이 강조된다.

샤이니가 종종 SM의 플래그십으로 거론되는 것은 이들의 출중한 기량 때문이다. 안무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무대에서, 유난히 고음이 많은 노래를 라이브로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야말로 인간을 벗어나 기계 인간이 된 듯했던 전작 ‘에브리바디’에서 정점에 달한 이들의 기량은 아이돌의 가창력 비판에 대한 응답이었다.

반면 새 음반이 보여주는 것은 이미 스타가 된 샤이니의 근사한 청춘이다. 기량이 입증됐고 더 이상 증명해야 할 것은 없다. 매력을 펼치는 것으로 족하다. 많은 이들이 90년대 영미권 보이그룹을 연상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칼군무로 대표되는 K팝의 완벽성 대신에 스타의 여유를 갖고 있다. 아이돌의 실력에 대한 높은 요구수준이 오늘의 K팝을 만들었다면 샤이니는 지금 그 다음 단계를 밟고 있다. 아이돌이 원래 청춘의 매력을 보여주는 장르라면, 이들은 참 먼 길을 돌아 그 본령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비디오 속에서 납치의 형태로 구현된다는 것이 아이러니일 뿐이다.

미묘ㆍ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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