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여고 강당서 주민ㆍ학생들
여자 컬링 준결승전 단체 응원
결승 진출 순간 600여명 환호성
마지막 스톤이 김은정 선수 손을 떠난 23일 오후 11시 6분 경북 의성여고 강당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스톤이 중앙으로 들어가는 절묘한 샷이 성공하자 강당은 환호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마지막 10엔드에서 동점을 기록, 연장전을 허용한 뒤 강당을 가득 채웠던 탄식과 초조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 주민과 학생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김은정 김영미 등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 선수 4명의 모교인 의성여고 강당에는 이날 대표팀과 비슷한 흰색과 남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주민과 학생 6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전국에서 울려 퍼졌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대형스크린에 선수들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이름을 연호했다.
우리 대표팀이 우위를 점하던 경기가 마지막 엔드에서 일본에 동점을 허용,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자 강당에 모인 주민과 학생들은 바짝 긴장했다. 피를 말리는 승부 끝에 8-7로 승리가 확정되자 강당에는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없었다.
김은정 선수의 큰아버지 김광일(67)씨는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선수들이 바로 내 조카”라며 감격했다. 강당에서 함께 대표팀을 응원하던 김주수 의성군수도 “의성의 딸들이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응원전이 펼쳐진 의성여고 강당은 경기 시작 전부터 한껏 달아올랐다. 의성군 공무원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강당 앞에서 응원 온 주민과 학생들을 위해 어묵탕을 만들었다. 일부 주민들은 응원 온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빵을 부지런히 날랐고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피켓을 들고 일찌감치 응원전을 준비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의성여고에 도착했다는 장운용(69)씨는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자리에 함께 하고 싶어 (의성군 단북면에서) 40㎞를 달려왔다”며 “먼 길 온 보람이 있다”고 했다.
의성여고 3학년 배해지(18)양은 “선배들이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고 했다. 같은 학년 신정민(18)양도 “컬링 덕분에 의성여고가 세계적인 고등학교가 된 기분”이라며 “언니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의성군 주민과 의성여고 학생들은 25일 오전 의성실내체육관에서 함께 결승전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의성=글ㆍ사진 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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