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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집에서 우리 자식 쫓아내 주오” 중국도 캥거루족 골머리

입력
2017.10.22 20:3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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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아들 강제분가 법에 호소

“성인 양육 책임 없다” 부모 승소

1자녀 정책ㆍ취업 경쟁 등이 원인

중국 정부가 고학력 청년들의 독립심 고취를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공익광고. 바이두
중국 정부가 고학력 청년들의 독립심 고취를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공익광고. 바이두

지난달 초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인민법원은 36살 외아들을 집에서 내쫓아달라는 60대 노부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외아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아버지의 도움으로 직장에 들어갔지만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몇 개월 만에 그만두고는 10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왔다. 특히 이 아들은 올 초부터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여자친구를 집으로 들여 동거까지 시작했다. 참다 못한 노부부는 30만위안(약 5,130만원)을 빌려줄 테니 분가하라고 했지만 아들은 거부했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됐다.

법원은 “부모에게는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가 있지만 이는 통상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까지 해당하며 정상적인 성인 자녀까지 양육할 책임은 없다”면서 노부부의 손을 들어준 뒤 “우리 사회도 이제 컨라오주(啃老族: 캥거루족) 문제에 대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선 수 년 전부터 노부부와 외동자식 간 소송을 다룬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평범한 가정의 노부부가 성인이 된 자녀를 분가시켜달라고 법에 호소하는 그런 소송이다. 성인이 된 자녀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대신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심지어 사회생활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의 경제력에만 의존하는 자녀를 일컫는 캥거루족의 중국식 표현인 컨라오주를 한자 뜻대로 풀면 ‘노인을 물어뜯는 사람’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자리를 찾지 않거나 조금만 힘들고 어려우면 일을 그만두고서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성인 자녀들의 행태는 결국 노부부의 노후생활을 갉아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해온 중국에선 외동자녀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보호가 결국 이들 자녀의 무능과 무기력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선 컨라오주 문제를 외동자녀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연결지어 대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 지난해 말 신경보(新京報)의 조사에 따르면 컨라오주의 80% 가량은 자신의 처지를 턱없이 부족한 대졸자 초임과 부동산 가격 폭등 탓으로 돌렸다. 대도시 직장인의 대졸자 평균임금인 4,000위안(약 68만원)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이 어렵고 집 한채를 사려면 수십년 임금을 모두 저축해야 가능한 현실을 비관하고 있는 것이다. 올 초에는 대졸자의 40% 가량이 컨라오주라는 통계가 나온 적도 있다.

6%대 중속성장 시대에 접어든 현실을 컨라오주 문제의 한 원인으로 꼽는 의견도 많다. 취업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면서 ‘질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창업 열풍의 이면에 심각한 일자리 부족 문제가 숨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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