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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국의 선제공격을 부르는 초대장

입력
2017.05.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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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달아 새로운 미사일발사 성공으로 핵무기 완성을 과시하고 있다. 무려 5,000km이상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화성12호는 2,111km상공까지 상승했다가 787km 지점에 마하20 이상의 속도로 내려 꽂혔다. 이 미사일은 미국의 알래스카를 공격할 수 있음과 동시에 한국 남부지방을 공격할 수 있고, 사드로는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는 마하 15정도까지의 표적만 탐지되기 때문에 화성12호는 요격은커녕 사드 레이더의 탐지능력보다 더 빨라서 보이지도 않는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는 고체연료 미사일인 북극성 2형을 발사해 성공시켰다. 이는 우리 군의 북핵 선제타격 개념인 ‘킬체인’이 무력화됐음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킬체인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을 호도한 측면이 강하다. 핵탄두를 장착한 액체연료 미사일이 연료주입을 하고 있을 40분 이내에 우리가 먼저 때려서 없애버리겠다는 것인데, 소설을 이렇게 적어도 사실관계 조사 부족이라며 욕먹을 수준이다. 그래도 국방부는 된다고 지속적으로 우겨왔지만 이제 북한은 고체연료 미사일을 실전배치 선언하면서 킬체인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사드는 못 막고, 킬체인도 무의미하게 된 이상, 우리 군은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대비할 대응전력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이 오히려 미국의 공격을 부르는 초대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 국민은 그들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호언하는 적대세력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 세력을 방치하는 정권에게 지지를 계속 보내줄 리도 만무하다. 전쟁은 정치행위의 연속이다. 재선에 부정적인 영향이다 싶으면 공격을 결심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코너에 몰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활로를 열기 위해 북한 핵 제거 공격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은 2개의 항모전단과 2개의 강습상륙전단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해 놓고 있다. 이렇게 강한 전력이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예는 거의 없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괌 전력과 합하면 북한을 공격할 능력이 충분하다. 미국은 아직은 대화하고 싶은 모양을 보이지만, 어느 순간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가졌다고 해석을 달리해 버리면 바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던 나라들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공하게 된 나라는 파키스탄이 유일하다. 파키스탄이 미국의 제재를 받던 중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했고, 공군기지가 필요한 미국에게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핵무기를 인정받게 됐다. 그 외에 핵개발 하던 나라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핵 포기를 하게 됐는데, 바로 ‘강력한 제재’와 ‘공격’이다. 강력한 제재에 손을 든 나라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등인데 이들은 정권을 보장 받거나 평화적 방법으로 이양하여 지도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반면에 공격을 받은 이라크, 리비아 등은 지도자가 비참하게 죽었다. 북한에게도 아프가니스탄전쟁 같은 행운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북한은 결국 최고 지도자가 죽느냐 사느냐의 선택만 남았다.

미국이 매파 성향인데 반해 한국은 비둘기파 성향이다. 북한은 이 상황을 천우신조로 생각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한국의 비둘기파 정부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면 미국의 공격을 말리고 협상을 중재할 명분이 없어진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교류는 물론, 개성공단 확대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 북한의 경제적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핵무기를 고도화하게 되면 그런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미국은 핵을 포기한 나라를 공격한 전례가 없다. 북한이 정권유지를 하고 싶다면 핵을 포기하여 외부로부터의 공격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고, 그 보상인 경제적 이익으로 국민들에게 선정을 베풀면 된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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