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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에서 9년, 엄청난 발전을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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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에서 9년, 엄청난 발전을 봤죠”

입력
2016.08.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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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가한 스베틀린 루세브. '서울시향에서 일하며 실망한 적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항상 성장했고, 그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가한 스베틀린 루세브. '서울시향에서 일하며 실망한 적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항상 성장했고, 그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큰 키에 선한 얼굴, 섬세하고 따뜻한 연주의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40)는 오케스트라 악장, 실내악그룹, 솔리스트 활동 등 모든 클래식 연주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한국 관객에게 서울시향 전 악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불가리아 출신의 그가 시향과 인연을 맺은 건 정명훈의 요청에 따라 2007년 시향의 악장을 맡으면서부터. 두 사람은 2005년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악장으로 먼저 만났고 “한번도 마에스트로의 명령을 거역해 본 적 없다”는 스베틀린은 강한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독려하며 시향 연주력 향상에 1등 공신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1일 정명훈 감독 사임과 함께 시향을 떠나 큰 아쉬움을 남겼다.

스베틀린 루세브가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31일 바르토크 피아노 5중주(김덕우, 헝 웨이 황, 에드워드 아론, 김태형) 연주를 시작으로 7일까지 4차례 무대에 선다. 연주 첫 날 한국일보와 만난 그는 “앞으로 한 동안 한국 연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향은 떠났지만 단원들 소식은 자주 접해요. 이번 음악제 앙상블 악장인 신아라는 서울시향 부악장으로 제가 없을 때 악단을 이끌었습니다. 5일 부르흐 현악 8중주를 함께 연주하게 됐어요. 감회가 새롭죠.”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가한 스베틀린 루세브.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가한 스베틀린 루세브.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스베틀린이 입단한 2007년은 서울시향의 개혁이 막 시작되던 때다. 당시 정명훈은 오디션을 통해 전체 단원의 3분의 1을 바꾸고 스베틀린과 같은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단원을 적극 임용하면서 악단의 체질을 바꾸었다. 지난 9년 서울시향의 변화에 대해 그는 “엄청난 발전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매 순간마다 그 발전을 증명했죠. 연주회마다 연주력이 올랐으니까요! 지휘자의 리더십, 음반 녹음, 해외 투어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오케스트라 특유의 인간적인 분위기도 플러스 요인이 됐고요.”

악장은 오케스트라 리더이자 교향악의 주요 선율을 연주한다. 악기 파트별로 연습을 시키고, 인간관계 같은 문제들이 생길 때 단원을 화해시키고 조정하는 것도 악장의 몫이다. 상임지휘자만큼이나 악장의 공석이 우려되는 이유다. “악장 역할이 지휘자의 의도를 단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봐요. 정명훈의 스타일, 지식, 개성은 양쪽 악단(라디오 프랑스, 서울시향) 다 같습니다. 다만 서울시향을 지휘하면서 더 교육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작품을 설명하고 연주 방식을 요청했죠. 라디오 프랑스는 경험이 더 풍부하니까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서울시향을 떠난 이유가 정명훈의 사임 때문이냐’는 질문에 “내가 시향에 있던 이유는 하나다. 정명훈이 요청했기 때문에. 그가 떠났기 때문에 나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훈 사임에) 화가 났다기보다는 아주 슬펐죠. 음악을 잘 전하는 게 우리 역할이고 참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런 결과를 맞아야 할까…. 오케스트라 경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악단 운영에 문제가 있다 해도 그(정명훈)가 자책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면 경영자는 따로 있으니까요.” 스베틀린은 “한 가지 확실한 건 마에스트로 부임 후 이 오케스트라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것.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정명훈이 해낸 건 정말 기적적인 일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을 떠난 그는 7월부터 불가리아 국립 소피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맡았다. “오케스트라, 실내악, 솔리스트 활동에 똑같은 비중을 두었지만, 이제 실내악, 솔리스트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왼쪽부터 지난달 31일 바르토크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하는 스베틀린 루세브, 김덕우(이상 바이올린), 김태형(피아노), 에드워드 아론(첼로), 헝-웨이 황(비올라).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왼쪽부터 지난달 31일 바르토크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하는 스베틀린 루세브, 김덕우(이상 바이올린), 김태형(피아노), 에드워드 아론(첼로), 헝-웨이 황(비올라).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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