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유가족 TV시청
“녹슨 세월호 처참…” 울분
기억교실 등 추모 발길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에요”
세월호가 침몰 3년 만에 수면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재학생들도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모교 선배들과 교사 250명이 희생된 아픔을 간직한 세월호가 다시 물 위로 나온 모습을 뉴스로 보고 등교한 탓인지 웃고 장난치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록 참사 이후에 입학, 선배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으나 모두들 제 일처럼 기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픈 듯 했다.
일찍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은 2,3명씩 교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무사히 인양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1학년 홍모(17) 군은 “그 배에 누나 친구들도 타고 있다가 희생됐다”며 “늦었지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고 말했다. 홍군은 정부가 전날부터 시험인양 작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교실에서는 친구들이 서로 웬만하면 그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박모(17) 양은 “인양되기 전에는 뭔가 답답했는데 이제 뻥 뚫린 느낌”이라며 마지막까지 인양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한 여학생도 “인양을 한다 안 한다, 말들이 많아 안타까웠는데 이제 성공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교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학교 양동영 교감은 “세월호가 많이 훼손된 모습으로 올라와 안타까웠다”면서 “미수습 학생과 교사들의 조속한 상봉과, 진실규명이 이뤄지고 유가족들도 아픔을 치유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일부는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인양 상황을 TV로 지켜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을 진도로 내려 보내고 대기실에 남은 참사 당시 2학년 1반 민지 아빠 김내근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인양이 이뤄진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 3년이나 끌었는지 모르겠다. 사고가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함께 TV를 보던 유족들은 세월호가 녹슬어 누런빛을 띠는 것을 보고 가슴을 쳤다. 7반 정인 아빠 이우근씨는 “TV 화면으로 이 정도면, 실제로 봤을 때는 얼마나 더 처참하겠느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곳 분향소와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쓰던 2학년 교실을 재현해 놓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기억교실’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22일) 기억교실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 많은 아이가 영문도 모르고 희생을 당해야 했다는 사실이 가슴 찢어지게 아프다”라며 “진실을 덮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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