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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우리는 역마살 낀 관심종자” 여행에 미친 사람들

입력
2018.02.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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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서로를 ‘역마살 낀 관심종자’라고 부른다는 유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저 중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여행에 미치다’의 크리에이터들입니다. 시종일관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국일보가 들어봤습니다.

기사 원문, 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이제 막 샤워를 마친 한 근육질 남성이 화면 밖 당신에게 끈적하게 말을 건다. "오늘 홍콩 갈 준비 됐어?" 예상 밖 살색의 향연에 정신이 혼미했던 것도 잠시, 난데없이 발랄한 두 남자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으응~" "나두우~" 

경쾌한 비트의 음악이 흐르자 세 명의 팔팔한 젊은이들이 이국 풍경 속을 거침없이 활주한다. 사시사철 뜨겁게 화려한 도시 '진짜 홍콩"이다. 바로 조회수 384만회에 빛나는 <세 훈남의 다이나믹한 홍콩여행>영상이다. 

우정여행을 떠난 10년지기 동갑내기들? "여행에 매혹됐다는 이유로 한 데 뭉쳤죠." 사실은 나이도 제각각 살아온 이력도 다른 이들! 바로 <여행에 미치다>의 크리에이터들이다. 

4년 전, 팔로워 수 30명으로 시작해 재야의 여행고수를 끌어모으며 성장, 어느덧 팔로워수 187만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대 여행 플랫폼이 됐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때 늦은 방황 중이던 청년의 손에서 뚝딱 탄생했다. 당시엔 스물 다섯의 취준생, 지금은 <여행에 미치다>의 대표가 된 조준기(29)씨다. 

'번듯한 곳에 취직만 하면 나아지겠지'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러자 빛나는 홍콩의 야경 사진을 보고 '떠도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열 여덟의 자신이 떠올랐다.

결국 그를 강하게 이끈 것은 여행. 그렇게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가 만들어졌다. 곧 준기씨와 똑 닮은 청춘들이 모여들었다. 

스물 세살의 나이로 249일동안 지구 반 바퀴를 누빈 여대생 이승아(25)씨의 사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등 떠밀리듯 스펙 준비를 걱정하다 고등학교 때 쓴 자기소개서를 우연히 봤어요."-여행에 미치다 이승아 PD-

'순도 100%'의 진심으로 적었던 '세계 여행'.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없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여행에 미치다>에 연재한 그녀의 이야기는 20대 또래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지난 해 4월 <쫄보의 여행>이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인기비결이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솔직함?" "큰 맘 먹고 스카이 다이빙에 도전했지만 말 그대로 스카이(Sky)에서 다이(Die)할 뻔 했었어요. 낭만과는 한참 거리가 먼 한없이 찌질해지는 순간까지 모두 담았죠." 

"나랑 비슷하잖아?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네?" "맞아, 너도 할 수 있어!" 조준기 대표는 이것이 바로 여미스러움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스스로를 대입할 수 있는 아마추어적인 것. 

이런 발상으로 여행 컨텐츠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기도 했다."세 훈남의 홍콩 여행은 사실은 홍콩 관광청의 의뢰로 제작한 네이티브 애드예요. 어? 홍콩 광고인지는 몰랐는데 홍콩이 너무 가고 싶다! 이게 포인트죠" -여행에 미치다 안대훈 총감독- 전문 광고 업체가 아닌 일반인이 만든 콘텐츠를 마케팅의 도구로 발전시킨 것. 

효리 언니가 사장인 민박집도 유미 누나가 서빙하는 레스토랑도 나오지 않지만 '비글미' 넘치는 옆집 오빠들의 천방지축을 엿보는 듯 왠지 친숙해서 더 눈길이 간다. 

"좋은 반응에 힘입어 라오스, 하와이, 방콕편으로 이어졌죠. 러브콜이 물밀듯 들어왔지만 저희만의 철칙을 세웠습니다." 상품의 직접적인 노출을 원하는 등 과한 요구가 있는 제의는 단칼에 거절했다. 

"만들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 셀프 카메라 샷이 들어가야 잘 되더라고요." "주변에 하나 쯤은 있을 것 같은 친구같은? 그런 친근함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여행에 미치다 홍성륜 매니저- 이것이 바로 180만명의 시어머니같은 구독자들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비결. 

어느 덧 16명의 전담 프로듀서를 거느란 미디어 스타트업. <여행에 미치다>.올해 첫 프로젝트는 바로 '트래블 에세이 릴레이'. 35권의 백지 책을 여행자들에게 배부, 빈 페이지에 자신의 여행 스토리를 담고 다른 여행자에게 무작위로 넘겨주는 이벤트다.

"내년까지 돌려보내달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요. 무사히 돌아온다면 여기에 담긴 이야길 바탕으로 책을 출판하거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려고요. " 모든 수익금은 형편이 좋지 않아 여행을 꿈꾸지 못하는 이들의 여행자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일년이면 24면짜리 여권 한장이 그대로 거덜난다는 이 회사 사람들. 서로를 역마살 낀 관심종자라고 부른단다.  

이들은 말한다. "여행을 꿈꾸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이 일상이 되는 삶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들의 경쾌한 역마살 여정은 왠지 종착지가 없을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여행에 미치다 페이스북, 유투브/ 이승아 페이스북/ 조준기, 안대훈,홍성륜 제공

기획, 제작, 사진촬영 :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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