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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걸릴 검사를 3일만에? 부실검사ㆍ부실발표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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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걸릴 검사를 3일만에? 부실검사ㆍ부실발표 자초

입력
2017.08.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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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계획 15배인 300여곳 조사

농장당 계란 1판만… “조사 불충분”

지명 틀리는 등 발표도 혼선 연발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살충제 계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영록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살충제 계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영록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가 당초 두 달(54일)에 걸쳐 실시하려던 양계 농가 전수 조사를 단 3일 만에 끝내면서 조사가 너무 듬성듬성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이내 조사 완료’라는 지나치게 성급한 목표를 세운 탓에 스스로 ‘부실 검사’와 ‘부실 발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뒤늦게 문제가 된 농장 등은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조사 범위도 명확하지 않아 신뢰성을 회복하긴 힘들어 보인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의 연례 검사 계획 상 양계 농가 1,239곳(전체 1,456호 중 휴업중인 곳 제외)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 기간은 이달 7일부터 9월 29일까지 54일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하루에 23곳 정도만 조사하는 일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밤 경기 남양주시 마리농장과 광주시 우리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부랴부랴 “3일 이내 전체 산란계 농가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지고도 그 동안 뒷짐을 지고 있던 정부가 국내 검출 사실이 확인되고서야 허둥지둥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초 계획 상 일일 조사 농장 수의 15배가 넘는 300여곳을 단 하루에 조사하겠다는 얘기였다. 자연히 부실 검사가 초래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진 유럽과 비교하면 상당히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화자찬까지 했다.

실제로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된 조사는 허술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지역에선 검사원이 산란장에서 계란을 무작위로 채취하지 않고 사전에 연락을 해 농가가 미리 준비한 계란을 받아 검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은 모집단 대표성 확보를 위해 Z자형 또는 W자형으로 최소 6개 이상의 수거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정부 조사 결과 발표가 매번 오락가락한 것도 신뢰를 떨어뜨렸다. 지난 16일에는 발생 지역인 경기 양주시를 광주시로 잘못 발표하는가 하면, 17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결과를 발표해 혼선을 빚었다. 심지어 광주 광산구의 한 무항생제인증농가에 대해서는 검사를 실시하기도 전인데도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동시에 검출됐다고 발표되는 촌극까지 이어졌다. 이 농가는 농식품부의 오류로 한때 전국에서 유일하게 살충제를 복수로 쓴 농가라는 불명예를 썼다.

방역당국 헛발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난 2월에도 정부가 97.5%라고 자랑했던 구제역 항체형성률은 실제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부실 조사 논란이 이어지자 허태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17일 “부실 검사가 이뤄진 농가들은 재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올해 4월 국비를 들여 추진한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 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방제약품 구입비의 50%인 1억5,000만원을 들여 서울ㆍ부산ㆍ울산ㆍ대전을 제외한 13개 지자체의 진드기 살충제 구입을 지원했다. 일부 지자체는 이 살충제를 친환경농가와 일반농가 구분 없이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남 나주시 등 1곳 이상에서 실제 친환경농가에도 살충제가 보급된 것으로 확인돼 실태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된 17일 피프로닐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된 강원 철원군 한 산란계 농장에서 군청 직원들이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철원=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된 17일 피프로닐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된 강원 철원군 한 산란계 농장에서 군청 직원들이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철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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