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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응답하라 1991" 남북단일팀이 부른다

입력
2018.02.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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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은 남한 선수들과 북한 선수들이 함께 ‘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돼 국민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남북 단일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국일보가 남북 단일팀의 역사를 되짚어 봤습니다.

박지윤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1991년 4월 29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컨벤션 센터 경기장엔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의 우승팀은 "North Korea"도 "South Korea"도 아닌 "Korea". 바로 남북 단일팀이었다. 탁구대를 사이에 둔 적수 였던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이분희는 이 날 나란히 시상대 위에 올랐다. 

"태극기도 인공기도 없었어요. 푸른 한반도가 박힌 단일기가 펄럭였죠." 일본 땅에서 이뤘던 '작은 통일'이었다. 

하지만 남북이 함께 같은 '팀'을 이루는 것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서브'는 '쳐넣기' '커트'는 '깎아치기'. 특히 하루에 수백번 오가는 경기 용어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달랐다.

복식 경기의 주전에서 밀려난 선수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희 언니와 금메달의 꿈을 부풀려 왔는데...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유순복 선수 당시 인터뷰-

그러나, 함께 흘리는 땀은 진하고 끈끈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채 어느샌가 서로를 닮아갔다. "북쪽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면 남쪽 선수들이 '이기자'로 화답하고 했죠." 

몰래 서로의 방을 오가며 고민을 나누었다. "국제 대회에 대한 부담감, 선수로서의 미래..." "우리가 다르지 않구나" 서로가 낯설었던 마음이 무색해졌다. 싹튼 '동지애'로 어느새 하나가 됐다. 

그 해 5월, 국민의 기대 속에 남북의 축구 꿈나무들도 한 데 모였다. 그러나 탁구와 축구는 달랐다. 단체경기의 생명은 다름 아닌 팀워크. 

한 달의 훈련기간은 턱없이 짧았고 평가전 내내 손발은 어긋났다.  "단일팀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것 아니냐" 혹평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스무살도 안 된 청소년들의 흡수력을 과소평가한 것. 부딪히면 서로 일으켜 세우고, 일어서면 같이 뛰었다.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첫날.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브라질 사이에서 8강 진출. 결과는 '파란'에 가까웠다. 

결과는 빛났지만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훈련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서로의 생활에 대한 이해 없이 급조되지 않았더라면..." 처음이라 서툴었다. '다음'은 더 나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분단 이래 처음, 스포츠로 하나됐던 남북은 그후 27년동안 코리아란 이름으로 다시 만나지 못했다. 

2018년 단일팀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러나 1991년의 뜨거운 열기는 아니었다. "올림픽 무대만을 보고 달려온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는 게 온당하냐" "자력으로 따낸 출전권이 아니니 대의를 따라야 한다" 말들은 끓었고 마음은 식었다.

그러나 포기하는 이르다. "이 기회를 여자 하키를 더 널리 알리고 육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아직 대학팀도 실업팀도 없는 만큼 평창 이후가 더 중요해요." -91년 당시 남북 탁구 단일팀 코치 이유성 단장- 

우리 선수들에게 코리아라는 이름은 희생으로 기억될까 도약의 발판으로 기억될까. '앞으로'에 달렸다. 2018년의 부름에 1991년의 함성은 다시 응답할 수 있기를. 

기획/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유성 단장 제공,  대한 체육회 제공, 유투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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