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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열 번의 진화, 혼다 시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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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열 번의 진화, 혼다 시빅

입력
2017.07.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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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시빅엔 '확 바뀌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사진=조두현 기자
신형 시빅엔 '확 바뀌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사진=조두현 기자

국외에서 혼다 시빅은 C 세그먼트 중 가격 대비 성능과 가치가 좋기로 유명하다. 1972년 세상에 처음 나온 이 차는 당시 배출가스를 적게 내뿜으며 뛰어난 연비를 보였던 CVCC(Compound Vortex Controlled Combustion) 엔진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차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 놓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 일상에서 불편함이 없고 말썽부리지 않는 무난한 차로 인식이 굳어갔다. 지금까지 160개국에서 2,200만대 가까이 팔렸고 그렇게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열 번의 세대를 거친 이번 시빅은 쿠페, 해치백, 세단 그리고 고성능 타입 R 등으로 라인업을 갖췄다. 국내에는 지난달 15일 2.0ℓ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단일 트림의 세단 한 종류만 출시했다. 이유는 3,060만원이라는 가격이다. 과거 2,000만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시빅은 10세대에 이르러 3,000만원대에 진입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1.5ℓ 터보엔진 모델을 들여올 경우 가격이 더 높아져 2.0ℓ 자연흡기 엔진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내는 소박하다. 파킹 브레이크, 계기반 등 많은 것들이 전자식으로 바뀌었다
실내는 소박하다. 파킹 브레이크, 계기반 등 많은 것들이 전자식으로 바뀌었다

신형 시빅엔 ‘확 바뀌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섀시, 엔진, 디자인, 장치 등 단단히 마음을 먹고 구석구석에 변화를 꾀했다. 시빅의 모습은 과거부터 단순하고 소박했는데, 이번엔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잔뜩 멋을 부렸다. 헤드라이트 사이의 길고 굵은 크롬 바는 어큐라와 수소연료전지 모델 FCX 클래러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지붕에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곡선은 섹시하기까지 한데, 이는 ‘C’자 모양의 헤드램프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뒷모습은 세단보다 해치백 모델에서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국내에서 3,060만원을 주고 시빅을 산다면 이 디자인이 큰 몫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헤드라이트 사이의 길고 굵은 크롬 바가 공격적이고 야무진 인상을 준다
헤드라이트 사이의 길고 굵은 크롬 바가 공격적이고 야무진 인상을 준다

새로운 플랫폼 덕에 휠베이스는 30㎜ 늘었다. C 세그먼트지만 크기로만 봤을 땐 7세대 어코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레그룸은 앞좌석이 10㎜, 뒷좌석은 27㎜ 늘었지만, 패스트백 스타일의 곡선 때문에 키 큰 사람에겐 뒷좌석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너비는 51㎜ 넓어졌고, 지상고는 25㎜ 낮아져 스포티한 캐릭터를 더했다. 트렁크 공간도 최소 74ℓ에서 최대 428ℓ까지 넓어졌다. 7.2ℓ에 달하는 대형 센터 콘솔도 인상적이다. 태블릿 PC와 큰 음료수병을 넣고도 완전히 닫을 수 있다.

국내에는 2.0ℓ 직렬 4기통 DOHC i-VTEC 엔진 단일 트림만 들어왔다
국내에는 2.0ℓ 직렬 4기통 DOHC i-VTEC 엔진 단일 트림만 들어왔다

2.0ℓ 직렬 4기통 DOHC i-VTEC 엔진이 기존의 1.8ℓ 엔진을 갈음했다. 이로써 시빅의 전통적인 싱글 캠 방식도 볼 수 없게 됐다. VTEC(Variable Valve Timing and Lift Electronic Control)은 저속 회전용과 고속 회전용 캠을 별도로 두어 엔진 회전수에 따라 흡기와 배기 밸브 타이밍 그리고 개폐 정도를 전자식으로 제어한다. 이는 주행 상황에 맞게 혼합기를 조절할 수 있어 엔진의 효율을 돕고 부드러운 가속 곡선을 그린다. 시빅의 복합연비는 14.3㎞/ℓ다. 실제 주행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인 고속 연비는 16.9㎞/ℓ인데, 이는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 난다. 타이어는 215/50R 17 크기의 브리지스톤 FT140이 장착된다.

승차감은 경쾌하고 부드럽다. 짜릿할 정도의 운전 재미는 없으나 일상에서 무난하게 타기에 손색이 없다
승차감은 경쾌하고 부드럽다. 짜릿할 정도의 운전 재미는 없으나 일상에서 무난하게 타기에 손색이 없다

출력은 전보다 다소 증가했다. 연소실도 새롭게 디자인돼 압축비도 기존 10.6:1에서 10.8:1로 올라갔다. 아이들 상태에서 진동은 적다. 시동이 걸릴 때도 엔진에 부드럽게 불이 붙는다. 그런데 최고출력은 가속페달을 생각보다 깊게 밟아야 나온다. 6,500rpm에서 최고출력 160마력, 4,200rpm에서 19.1㎏·m의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시동은 리모컨을 사용해 원격으로 걸 수도 있다.

뒷자리는 좁지 않고 6:4로 접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열선도 깔렸다
뒷자리는 좁지 않고 6:4로 접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열선도 깔렸다

출력은 CVT를 통해 전달된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이 CVT는 전 세대의 것을 새롭게 다듬었다. 가속할 때 반응을 더욱 빠르게 만들어주는 ‘G-디자인’ 시프트 로직도 적용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주행에선 일을 잘하지만, 스로틀을 완전히 열고 급가속할 땐 허둥대는 느낌이다. 엔진의 급한 마음을 CVT가 좀처럼 맞추질 못한다.

시빅 세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디자인이다
시빅 세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디자인이다

스티어링휠은 전보다 약간 무거워졌지만 그렇다고 많은 힘이 들진 않는다. 공차 중량이 1,300㎏으로 가벼운 편이라 승차감이 산뜻하고 경쾌하다. 코너를 돌아갈 때 핸들링에서 흠잡을 건 없지만, 이렇다 할 감흥 역시 없다. 코너링 자세 제어 장치(AHA: Agile Handling Assist)도 들어가 있지만, 제동 타이밍을 놓치면 언더스티어도 일어난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으로 구성됐는데, 댐퍼 세팅은 일상에서 편하게 타기에 알맞게 조율해놨다. 시빅 최초로 하부가 완전히 덮여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덜해졌지만, 고속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풍절음은 앞으로 남은 과제 중 하나다.

좁은 A 필러 덕에 운전석 시야가 탁 트였다. 곳곳에 숨어 있는 넓은 수납 공간도 반갑다
좁은 A 필러 덕에 운전석 시야가 탁 트였다. 곳곳에 숨어 있는 넓은 수납 공간도 반갑다

신형 시빅은 혼다가 전면 충돌에 대비해 새롭게 개발한 차세대 ‘에이스 보디(ACE: 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Body)’에서 만들어진다. 섀시의 59%를 고장력 장판, 14%를 초고장력 강판으로 구성해 안전성과 내구성을 향상했다. 혼다 최초로 B 필러와 후면 프레임에도 충격을 흡수하는 영역을 별도로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유로엔캡(Euro NCAP)이 테스트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 따르면 혼다 시빅 해치백은 별 4개를 획득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를 들여다보면 계기반과 주차 브레이크 등 많은 것들이 전자식으로 바뀌었다. 앞뒤 네 개의 좌석 모두에 깔린 열선과 오토 홀드 브레이크 기능이 눈에 띈다. HR-V처럼 센터페시아 아래엔 비밀 수납공간과 함께 스마트폰을 놓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뒷좌석은 6:4로 접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이 밖에도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7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애플 카플레이, 아틀란 3D 내비게이션, TFT 디지털 계기판, 운전석 8방향 파워시트, 워크 어웨이 록 기능 등을 담았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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