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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대통령, ‘노무현의 꿈’완성하려면

입력
2017.05.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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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지 부족 일축시킨 취임2주 파격행보

‘촛불혁명’은 제도ㆍ정책 입법화로 완결

민주적 리더십으로 ‘사람사는 세상’ 만들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앞둔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민문화제에 전시된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초상화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앞둔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민문화제에 전시된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초상화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 문재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말은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이었다. 우유부단하고 친화력이 떨어지는 데다 보스 기질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지도자로서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질인 권력의지 부족은 경쟁자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치 참여를 오랫동안 망설였다. “체질에 맞지 않고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참여정부 첫해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수석 제안 수락 조건으로 내건 게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는 것과 “정치를 권유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원칙주의자인 그에게 정치는 “중요하지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이 아니었으면 문재인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의 권력의지가 강해진 것은 2012년 대선 패배 후다. 그는 “유권자들이 보내 준 48%의 지지율에 자신감과 부채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괴물이 돼 버린 기득권 세력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황무지 같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지난번 대선이 등 떠밀려 나온 것이라면 이번 대선은 책임감과 사명감이 그를 불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2주일 동안의 행보는 이런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에게 권력의지가 없었다면 이처럼 과감하고 확신에 찬 개혁조치를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탕평인사와 대국민소통, 검찰개혁과 박근혜 정권 흔적 지우기는 자신의 임무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가능했다.

지도자에게는 그 시기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김영삼ㆍ김대중 대통령에게는 민주화가,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권위주의 청산이 시대정신이었다. 문 대통령에게는 촛불시민혁명으로 표출된 민심을 받드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박정희 유산을 포함해 지난 세월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새 국가로 개조해 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것이 바로 권력의지고 소명의식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이 구시대 청산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선,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와 교육개혁은 정책의 제도화를 통해 완수된다. 그것은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실현하기 어렵고 국회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으면 대통령과 정부 정책의 입법이 이뤄질 수 없다. 그럴 경우 가장 큰 정치적 손실은 대통령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정책이 국회에서 막히면 여당 탓, 야당 탓만 했다. 대통령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직접 전화도 하고 찾아가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았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467명의 의원을 만났다.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 초 연방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매일 의원들을 만나 달래고 애걸했다고 네 명의 대통령을 자문한 데이비드 거젠 하버드대 교수는 밝혔다.

개혁적인 시민사회 진영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진보ㆍ개혁 진영의 비협조를 들었다. 보수세력과 기득권의 저항에다 진보ㆍ개혁 진영의 무관심으로 ‘고립된 섬’ 같았다고 ‘문재인의 운명’에서 밝혔다. 당시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진보진영 반발을 불러 참여정부의 좌절과 실패로 귀결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역시 참여정부의 역량과 준비 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기득권의 저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국민의 지지와 동의는 어떻게 이끌어 낼지, 시민사회진영의 협조를 얻을 방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과거 실패의 원인까지 생각해 보면서 이제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기회가 주어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는 바람처럼 그에겐 나라를 변화시킬 기회가 주어졌다. 더 이상 실패의 변을 남기지 않도록 선한 권력의지를 다지고 또 다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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