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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여운 남긴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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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여운 남긴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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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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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외교가에서 소신주의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가 ‘국익’을 내세워 쓴 소리를 한 대상은 미국과 북한을 가리지 않았다. 2006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시절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서 “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기면 자기 운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고, 미국에 대해서는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이라고 발언하며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장관 등 요직을 역임한 뒤 2008년 3월 통합민주당에 입당한 송 전 장관은 18대 민주당 비례대표로 활동하면서도 당내 강경파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당시 제기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재협상론에 대해서는 “재재협상론을 주장하기 보다 국내 보완대책을 중심으로 한 대 정부 요구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햇볕정책에 대해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펴낸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당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의 결정에 따라 북한에 의견을 물었다”고 썼다. ‘최순실 게이트’ 촉발로 잠시 수면 아래 묻히는 듯 했던 논란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지지율 1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는 빌미로 재점화됐다. 문 후보의 대북 안보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의 주장에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논란이 커지자 정리된 입장을 내놨다.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이라는 비판에 송 전 장관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시 국정원장발 정보가 담긴 ‘메모’를 공개하고,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 표결에서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쓴 손 편지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까지 했다.

결국 송 전 장관은 24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전격 사퇴로 그는 ‘진실게임’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 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논란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송 전 장관은 자리를 떠나며 “지금은 제가 태양을 태양이라고 해도 낮에 뜬 달이라고 하고 넘어갈 상황”이라면서 “제가 뭘 해도 안될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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