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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미투 무풍지대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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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미투 무풍지대인 까닭은

입력
2018.02.20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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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고충상담 공무원 심층면접

민간보다 제도 잘 마련돼 있지만

회피ㆍ묵인 등 소극적 은폐 반복

평생직장ㆍ경직된 조직 분위기에

피해 입증 어려움 탓 신고 꺼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무원 사회는 특이한 조직이에요. 한 번 입사하면 최소한 30년은 함께 근무해요. 이런 조직에서 성희롱 문제를 꺼내는 건 내부고발을 하는 것과 다름 없어요.” (공무원 A씨)

“성희롱뿐 아니라 비위문제가 있다 해도 단체장이 강력한 처벌 의지가 있지 않으면 문제 제기는 어려워요.” (공무원 B씨)

서지현 검사(45ㆍ사법연수원 33기)가 검찰 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것을 계기로 성적 비위 행위를 자발적으로 고발하는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지만, 공직사회는 아직 잠잠한 분위기다. 왜 그럴까. 서 검사는 매우 특수한 사례였을까.

1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성희롱 고충상담원으로 일한 공무원 8명을 심층 인터뷰한 ‘공직사회 내 성희롱 암수(暗數)발생 원인 및 개선방안’ 보고서는 ‘아니다’고 답한다. 공직사회는 민간에 비해 성희롱 사건 처리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음에도 조직 문화를 이유로 성희롱을 묵인하거나 회피하는 등 ‘소극적 은폐’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고충상담원 공무원들은 ▦대외적 위상을 중요시하는 경직된 조직 분위기 ▦성희롱 피해 입증의 어려움 ▦고충 처리 지연ㆍ묵인ㆍ회피에 대한 우려 ▦2차 가해의 발생 등을 피해가 감춰지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은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제20조)에 따라 성희롱 관련 상담 및 고충처리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경직된 조직 문화는 피해자는 물론 목격자도 나서기 어렵게 만든다. 현재 성희롱 고충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 C씨는 “(문제 제기된 성적 발언을) 현장에서 ‘들었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 ‘전해 들었다’고 표현하는 등 목격자가 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희롱 고충상담 공무원 D씨도 “피해 공무원이 성희롱 문제 제기를 하고 조사하면 주변인이 가해자가 문제가 있다는 걸 진술을 해줘야 징계를 할 텐데 진술을 잘 하지 않는다”며 “공무원 사회는 본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걸 꺼리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기관이 서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가해자를 비호하는 일도 잦다. 수도권 한 지자체에서는 피해자가 준강간을 당하여 조직 내 절차에 따라 감사실 인사담당자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무시됐다. 이후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조직 내에서 큰 압력을 받았다. 사건을 담당한 공무원 E씨는 “해당 지자체는 공무원, 경찰 등이 ‘사돈의 팔촌’이나 다름없는 사이여서 이들의 압력이 감당이 안된 피해자가 노조에 도와달라고 찾아갈 정도였다”고 전했다.

성폭력을 쉬쉬하는 조직 문화 속에서는 공식적인 피해지원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실제 여성가족부의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성희롱 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공공기관(7.4%)이 민간(6.1%)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성희롱 관련 업무 담당자들이 ‘2012~2015년 사이 성희롱 사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국가기관은 94.9%, 지자체는 89.8%에 달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평생직장이면서 위계질서가 강한 공직사회 특유의 조직문화가 성추행 등의 문제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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