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2017 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초로 메달권에 진입하기까지는 대역전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 26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사브르에서 한국은 사상 첫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표팀은 8강에서 5라운드까지 미국에 17-25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6라운드에 나선 윤지수(24ㆍ안산시청)가 다그마라 워즈니아크를 상대로 무려 13점을 뽑아내며 30-28로 전세를 뒤집었다. 흐름을 탄 대표팀은 45-41로 이겨 준결승에 올랐고, 결승 무대까지 밟아 세계 최강 이탈리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윤지수는 개인전에서 여자 사브르 선수 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랐지만 석패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땐 랭킹에서 밀려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단체전에서도 후보였던 윤지수는 윤학길(5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코치의 딸로 더 유명한 선수였다.
대표팀과 함께 귀국한 윤지수는 “개인전 대진이 잘 맞아떨어져서 메달을 딸 기회였는데 놓쳐서 아쉬움이 너무 컸다”며 “그 속상함과 한을 단체전에서 풀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쉬운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가기 싫어서 단체전에서 정말 악착같이 했다”면서 “그렇게 나도 모르게 경기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가 뒤집혀 있더라”고 웃었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한 승부욕을 자랑하는 윤지수는 그 원천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부친인 윤 코치는 현역 시절 완투만 100차례를 기록하는 등 명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윤지수는 “좀 처지는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정신력이 강한 편인데, 이런 면은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가 끝나곤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 밝혔다.
어느덧 국가대표 7년 차에 접어든 그는 이번 대회 경험을 밑거름 삼아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개인전에도 출전해 기량을 뽐내고 싶은 의지가 크다. 윤지수는 “리우 올림픽에 후보 선수로 가면서 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멀리 보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도쿄까지 차분히 준비해 개인전에 반드시 출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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