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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 차이로…인천 초등생 살해 주범보다 공범이 형량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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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 차이로…인천 초등생 살해 주범보다 공범이 형량 높아

입력
2017.09.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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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범 심신미약 아니다”

18세 미만 법정최고 징역 20년

“만18세 공범, 고심 많았지만…”

공모관계 인정해 무기징역 선고

현장에 없던 공범 더 중한 처벌

소년법 개정 둘러싼 논란 키워

인천 초등학생 살인ㆍ시신훼손 사건의 주범 김모양이 지난 3월 29일 피해 아동 A(8)양을 유인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고 있다. 사진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연합뉴스
인천 초등학생 살인ㆍ시신훼손 사건의 주범 김모양이 지난 3월 29일 피해 아동 A(8)양을 유인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고 있다. 사진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연합뉴스

8살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10대 주범과 공범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살인을 실행하지 않고 범행 현장에도 없었던 공범이 주범보다 높은 형량을 받아 사회적 정서를 벗어난 판결이라는 논란과 함께 판결 적용의 근거가 된 소년법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지 주목된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는 22일 오후 열린 초등생 사건 주범 김모(17ㆍ고교 자퇴생)양과 공범 박모(18ㆍ재수생)양의 선고공판에서 이들에게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된다”며 30년간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도 각각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양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ㆍ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ㆍ유기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자수했다”는 김양 측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양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고, 의사 결정 능력 등이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양에게는 공범보다 낮은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소년법 제59조 ‘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 조항에 따라 만 18세 미만은 특가법을 적용해도 20년의 유기징역형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선고공판 후 설명자료를 통해 “특가법 위반에서 정한 무기징역형을 선택했으나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으로 20년 형만 선고가 가능해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양은 당초 검찰이 구형한대로 무기형을 선고 받았다. 1998년 12월 생으로 만 18세인 박양은 소년법 적용은 받지만 사형 및 무기형 완화 조항 대상은 아니어서 주범인 김양보다 높은 형량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박양의 형을 정하는 것이 문제이고 여러 차례 고심했다”면서도 박양이 살인의 공모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목적, 범행 당시까지 긴밀했던 유대관계, 범행 전후 정황 등에 비춰보면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주범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특정 신체 부위를 얻기 위한 목적 외에 특별한 범행 동기는 없어 보인다”면서 박양이 김양에게 특정 신체 부위를 요구한 것이 살인 범행의 구체적인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범과 공범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직접적인 증거인 김양 측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범행의 잔혹함과 유족의 고통을 고려할 때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김양과 (공모한) 박양 책임의 경중을 가릴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의 선고 결과와 관련해 실제 살인을 한 주범이 소년법을 적용 받아 공범보다 낮은 형량을 받은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청객 안은미(41ㆍ여)씨는 “원래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받아야 할 김양이 소년법 때문에 20년 형을 선고 받은 건 아쉽다”면서 “소년법을 없애지는 않더라도 이런 잔인한 범죄에 대해선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비슷한 범죄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소년법 개정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이날 피해아동과 같은 나이인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방청한 성순옥(39ㆍ여)씨는 “강하게 처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나 부모 입장에서 무조건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소년법을 개정해 형량을 높이는 것보다는 왜 아이들이 큰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부모나 학교, 사회가 잡아주지 못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년법 개정 여부를 둘러싼 정부 차원의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과 범죄를 줄이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교화ㆍ교정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며 “소년법 개정은 청소년 처벌의 주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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